익산역사문화연구회장

김 복 현

“지구상에서 인간의 지속적인 삶의 지배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다.”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관련 연구로 195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유전학자 조슈아 레더버그(1925~2008) 박사의 경고다. 적용범위를 좁혀 ‘한 국가에서 여당의 연속집권에 대한 최대 위협은 바이러스다’라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전염병을 막지 못하는 각국 정부에게는 큰 정치적 위기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드디어 우물쭈물하던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5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다. 현재 지구상 110개 국가에서 12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고통 속에 묻혀 있다.

여기에 한·중·일 3국은 약속이나 한 듯 코로나 위기 대응에 실패한 모양이다. 확진자 기준으로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 일본이 3위를 달리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순위가 아니라 방역 실패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국가별 성적표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한국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이 전면적인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촉구해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중국 눈치를 보면서 중국 여행객 차단 같은 강력한 대책을 초기에 강구하지도 않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선 전 방한에만 집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대구 경북이 소강국면을 보이는 듯 싶더니 지금은 수도권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2,600만명으로 전국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은 과밀현상이 심각하고 외국인도 많아 전염병에 취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란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 같다. 수도권의 호흡이 마비되면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것과 같은 모습이 될 것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실제로 정치권은 국민안전보다 중국 눈치 보기에 치중한다고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요청하면 한국 의료진을 중국에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에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며 중국 장관처럼 말했다. 입국 차단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장을 방문해 민생경제 상황을 물었다. 반찬가게 여주인은 “거지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 돼요”라고 실상을 그대로 전했다. 놀란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요?”라고 되물었다. 무너진 민생경제 실상을 확인한 것이다.

코로나 대응 실패로 지역사회 감염자가 속출하자 정부와 여당은 신천지 교회로 비난의 표적을 옮기게 된다. 하지만 전염병 진원지는 중국이고 입국 차단을 제대로 안한 것은 정부 책임이다. 여기에 마스크 대란까지 겪고 보니 우리 국민은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제체제와 경직된 관료들의 보신주의 때문에 4,000명 이상이 숨지는 대형 참사를 자초하게 된다. 마귀의 짓이라고 떠들어도 결코 면책될 수 없다. 지난해 12월 1일 첫 감염자가 나왔으나 중국 공산당은 이런 사실을 숨겼다. 1월 11일 첫 사망자가 나오고도 우한 봉쇄는 1월 23일에서야 이뤄졌다. 집단 감염자 발생 사실을 12월 30일 SNS로 처음 알린 양심적 의사 리원량(사망)은 경찰에서 반성문을 써야 했다. 이름 모를 중국 여성이 ‘유튜브’에서 공산당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절규하듯 폭로해도 관영언론은 미담 사례만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7월 동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코로나 대응을 망친 경우다. 8년째 집권중인 아베신조 총리는 올림픽 성공을 최대 치적으로 삼을 계산이다. 그런데 3,711명을 태운 크루즈 선박이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들어가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감염자가 발생한 크루즈 탑승자를 하선시키면 일본발 감염자수가 폭증해 올림픽 개최국의 안전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구조를 애원하는 크루즈 안에 있는 탑승객의 소리를 잠시 외면했을 뿐 하선을 하게 한다. 이에 일본에서는 사람 목숨보다 올림픽 흥행을 앞세운 후폭풍이 거세게 일기도 한다.

이번에 한·중·일 3국 정부는 정도 차이는 있더라도 큰 틀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했던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위정자들이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근본을 먼저 챙기지 않고 정치적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은 유교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역성혁명을 주장한 맹자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고 역설했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배를 띄우는 물이다. 권력이 오만해져 민본주의 정신을 망각하면 아무리 큰 배라도 물에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권력보다 사람이 먼저다. 하루속히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