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공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두렵고, 극단적인 경제위기 조짐에 숨을 죽이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시민들의 출입 통제와 국경 봉쇄에 나섰고,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가들에서 모범사례로 거론할 만큼 필사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국민들 또한 감염 확산 방지에 협조하고 있어 조만간 코로나19가 통제될 것이다. 다만 경제위기는 국내외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걱정되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이 또한 이겨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들어섰다. 기후 변화, 기술 혁신, 인구구조 변화, 보호무역주의 부활,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및 양극화, 초강대국간 세력다툼 등 새로운 질서를 추동하는 갈등요인이 비등점에 근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묻혔지만,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갈등요인이 팽배하다. 남북관계 정상화, 검찰 및 사법 개혁 등 국가권력구조 정상화, 재벌 개혁 및 양극화 완화 등 경제민주화,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세대간 갈등 등 조속히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켜켜이 쌓인 난국을 풀어나갈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계속되는 불안과 공포로 힘들지만,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정치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 난국을 해결할 열쇠는 결국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적용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 정치권들의 이해관계로 누더기가 된 실패작이다. 제1야당이 위성정당을 내세우고 범여권 또한 이에 대응하면서, 유권자의 목소리를 골고루 담겠다는 당초의 취지 구현에 실패했다. 게다가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을 이해하기조차 힘드니, 유권자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정치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 어떤 자를 공복으로 뽑아야 하겠는가? 나는 고 노회찬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그런 사람을 그려본다. 그의 말처럼 6411번 버스 속에 타고 있는 투명인간들에게 손을 내밀고, 언제나 더 낮은 곳으로 가서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뒹구는 그런 사람!

누구를 위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정치적 선언만으로 공복의 자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 부당하게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소통하면서 살아온 자들이 우리를 대표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내일을 열 수 있다.

생각해보면 경제규모가 세계 상위권인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왜 최하위권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왜 사회 전반의 혁신이 지지부진하고 해묵은 의제의 틀 속에서 맴돌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사람들, 아니 입으로만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자들이 국회에 많기 때문이다.

이번 4.15 총선이야말로 투명인간들과 함께 낮은 곳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사람들을 골라야 한다. 아래로부터 위로 활활 타오르는 정의의 불꽃을 피우고, 위에서 아래로 생명의 물줄기를 골고루 뿌려줄 수 있는 사람을 말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원하는 국가 혁신의 장을 여는 길이다.

지역발전 공약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특정정당이나 다선 의원의 힘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지역발전을 오롯이 만들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역의 정치적 리더십과 주민들이 외부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국가 차원의 창의적인 발전 모델을 개발해야 획기적인 예산과 행정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총선 후보자들의 문제의식과 소통능력, 끈기, 협상력을 잘 따져봐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에 묶여 사람을 제대로 뽑지도 않고 지역발전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선거가 다 그렇듯이 사람 잘 뽑는 것이야말로 우리 미래를 위한 큰 투자다.

다시 노회찬의 6411번 버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진보정당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 투명인간들에게 정치적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의 곁에 없었기 때문에 투명정당이었다고 통렬하게 반성했다. 투명인간들과 함께 행동하는 선명정당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특정정당을 떠나 4.15 총선에서 노회찬의 이런 정치적 사명감을 공유하는 후보자가 우리 익산에서 선출돼야 한다. 그 사람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신음하는 익산과 대한민국의 수많은 투명인간들에게 희망의 좌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익산시민의 정치적 역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는 여러 위험인자들을 한데로 모아서 퍼펙트 스톰, 즉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경제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은 IMF 사태처럼 엄청난 희생과 눈물을 강요할 것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6411번 버스를 타는 투명인간이 될 것이다. 그때 서러움에 눈물짓는 투명인간 곁에서 기꺼이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오는 4월 15일 선택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위기는 다가왔다. 제2, 제3의 노회찬과 손잡고 이겨내야만 한다. 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