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3대 전염병은 천연두, 홍역, 콜레라였다. 1800년대 초반까지는 천연두와 홍역에 시달렸지만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강력한 괴질이 하나 더 들어왔다. 바로 콜레라였다.

이로 인해 평양 안팎에서 열흘 동안 1,000여 명이 사망했다.

콜레라는 1817년 인도의 캘커타에서 발생해 1823년까지 아시아 전역과 아프리카까지 유행했다.

조선에서는 1821년에서 1822년까지 1년 사이에 2만 500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백성들은 콜레라가 유행하면 그 병의 원인을 몰랐기에 민간요법으로 고양이를 많이 키웠다고 한다. 콜레라에 감염되면 쥐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통증이 왔기 때문에 쥐가 옮기는 병이라 생각한 것이다.

지금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백성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된다. 그 고통이 호랑이가 발톱으로 살을 찢는 듯이 아프다고 해서 호열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역질로 죽어나는 사람이 점점 늘었지만 그 원인을 알아서 대처할 방법이 없으니 그 시대를 살았던 백성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팠겠는가.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여귀의 장난이라고 여겼고, 이 여귀를 물리치기 위해 마을 곳곳에 수호신 성격의 장승을 세우게 되었다.

또 이런 역질이 절집이라고 피해 갈 리 없으니 민간에 세워지던 장승이 자연스럽게 사찰 입구에 등장하게 된다. 사찰 장승이 세워지던 연대도 전염병이 창궐하던 그 시기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장승의 역사를 찾아보면 제일 오래된 장승의 기록도 절집 비석에 남아있고 후대의 장승들도 절집의 돌장승, 목장승으로 남아 끈질긴 문화적 생명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