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매일 1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나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태를 통제하고 있다. 신천지와 일부 종교단체의 무책임한 집회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후 속출하는 집단감염 속에서도 정부와 의료진,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방역에 나선 결과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의 대유행은 세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작게는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경우처럼 최고 권력자들이 감염병으로 죽어 역사의 방향이 달라졌고, 크게는 14세기 흑사병처럼 인구와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꿈으로써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복잡한 구조로 묶여가고 있는 오늘날, 감염병 대유행은 전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대의학의 발전과 정보의 빠른 유통으로 예방 및 치료가 이뤄짐으로써 코로나19가 과거의 역병처럼 엄청난 사망자 발생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노약자나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유의할만한 치사율을 보일 확률이 높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어떤 국가에서 코로나19 통제를 하지 못하면 모든 나라가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코로나19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구미 제국은 차치하고, 가장 잘 대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자.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경제 위축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 특히 서민경제가 대단히 어렵다. 이에 정부가 양적완화 및 금리 인하, 기업 및 영세 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이어 국민 대부분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경기 부양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경기가 언제, 어떻게 회복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취약계층과 일부 대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으면서 정책을 펼쳐도,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통제됨으로써 교역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 회복이 돼야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국가 시스템 붕괴 방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지금은 정부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뭉쳐야 할 때다.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감염 확산을 통제하면서 기업의 줄도산과 취약계층의 양산을 막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하며, 국민 개개인이 방역과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감당하기 힘든, 한국전쟁 이후 일찍이 겪어보지 않은 대재앙이 우리 대다수를 짓누를 것이다. 가계 및 한계기업 도산, 대량실업 발생, 부동산 등 자산 시장 붕괴, 금융 시스템 붕괴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극심한 고통에 처할 것이다. 자고로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데, 대다수가 먹고살기 힘들게 되면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적 사회가치를 어찌 지켜낼 수 있겠는가?

작금의 사태가 특히나 걱정되는 점은 글로벌 경제가 단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은 환경이며, 4차 산업 관련 기술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기 같은 글로벌 성장이 멈추고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맞은 코로나19 사태를 우리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또 기술이 산업의 개념을 바꾸고 극단적인 생력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자칫 대대적인 자동화가 일자리들을 단계적으로 삼켜버릴 것이 우려된다.

이와 같은 환경은 사회 전반에서 엄청난 정치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향후 이런 문제들을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번 4.15 총선에서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 표 한 표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독립 이후 75년 동안 우리가 겪은 이승만 및 군부의 독재와 진보 및 보수 정권의 교체 과정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에 따른 국정 운영 방향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어떤 정권 자체의 역량과 지향가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오롯이 국민의 땀과 눈물 속에서 오늘을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소위 진보와 보수 정권이 지향해온 국정 방향과 세계관, 그 결과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정치는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이 하지만 정치적 지향점은 정당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정치인 개개인의 능력과 품성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개인의 정치적 색채는 정당의 색채에 가리거나 변색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4.15 총선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정당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겠다.

현재 우리는 세계와 우리나라의 역사적 분기점을 코로나19가 앞당긴 시점에 놓여 있다. 세계와 공조하여 코로나19를 통제하고, 무너지는 경제주체들을 살려야 하며, 4차산업혁명에서 소외되는 노동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한다. 즉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세상에 대처할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그 준비의 시작은 4.15 총선이 될 것이며, 그 성공 여부 또한 4.15 총선으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