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상큼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오렌지를 닮은 신 맛만 나는 레몬이었다.” 미국의 소비자보호법 중 하나인 ‘레몬법’의 유래로 알려진 일화입니다. 레몬은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자동차나 고장이 잦은 불량품을 지칭합니다. 레몬은 겉과 속이 달라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 홈페이지에 '민주주의와 한국의 레몬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공개되었습니다. '레몬을 위한 시장(Market for lemon)'이라는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애커로프 교수가 제기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역선택 현상을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입해 문제 제기를 한 최초의 논문입니다. 레몬 대통령이란 레몬 카에서 따 온 말로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 뽑은 엉터리 대통령을 말합니다. 

'아시안 퍼스펙티브' 봄호에 실리는 40페이지 분량의 논문은 사례연구와 조사결과, 77편의 참고문헌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역대 문민 대통령 6명 가운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레몬 대통령'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들이 선거운동 때 자신을 민주주의의 진정한 옹호자로 포장한데다 유권자들이 그들의 개인사, 부패, 권위주의적 성향에 접근할 수 없어 진짜 자질을 밝혀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논문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유권자들이 '정직과 청렴을 갖춘 민주적 지도자' 등의 이유로 선호했지만(2011년 갤럽조사) 그는 결국 탄핵을 당하고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으로서의 리더십과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받았지만 취임 직후 비판적 언론사와 시민사회진영을 질식시키고, 법원과 검찰을 장악했으며 퇴임 후 BBK 스캔들 등으로 감옥에 갔습니다.

왜 이러한 레몬 대통령이 탄생했을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성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2명의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비현실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비민주적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반면, 나머지 4명의 문민 대통령들은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를 침해할 정도로 정치권력을 오남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곧 실시되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른 레몬 대통령의 탄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유권자들이 민주적 통치방식을 존중하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들의 (비)민주적 기록을 추적하거나 자질을 평가하는 적당한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합니다. 공정하고 올바른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금 코로나로 너무도 힘들고 어려움 가운데 있는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네거티브나 선심성 퍼주기 공약의 남발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여야를 초월해 진심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공감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레몬 대통령은 더 이상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유권자들 또한 속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를 판별하는 시금석 중의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참된 그 사람의 모습입니다. 공감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공감은 자신의 의견을 무작정 피력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도록 해줍니다. 공감 능력은 이 시기와 국제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 믿습니다.

호랑이의 해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입니다. 사자들은 종종 같은 종족과 죽을 때까지 싸우지만, 호랑이는 사냥 도중에 다른 호랑이가 끼어들면 함께 사냥한다고 합니다. 또한 수컷 호랑이는 암컷과 새끼가 먼저 먹을 때까지 기다린답니다. 이런 담대하고, 민첩하게 그러면서도 조용하고, 예의 있고 당당한 지도자를 소망합니다. 부디 레몬 대통령이 아니라 곰국같이 우러나오는 진국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