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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합하여 희망의 길로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영규

봄이 가까이 다가오는 3월 초순, 2년여의 가혹한 팬더믹 상황을 어렵게 견뎌온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참으로 우울하고 삭막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 규모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지만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고 안전망 없는 사회 속에서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을 공부하고 시행하면서 살아온 지도자들은 탈법을 일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우리를 절망케 한다.
현 시대의 문제를 타게하는 데는 바르고 마음 따뜻한 지도자의 역할이 절실하다. 특권의식을 가지고, 온갖 전횡을 일삼는 지도자가 아닌 소통하고 자신을 낮추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도자라 함은 본디 양심을 지키고 국민의 고통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잃어버린 양심의 회복은커녕, 오직 목적에 의해 싸우고 거짓말하고 무관심으로 나라를 어렵게 만들어 간다면 그를 따르는 국민들은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민을 속이고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부정부패 고리에 온몸을 매달고, 특권의식만을 가지고 말하며 행동하는 무늬만 지도자를 따르는 국민들은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러한 좌절감에 빠진 우리를 구해줄 참된 지도자는 어디에 있는가?

따뜻한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간절한 바람이나 조그만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이 어수선한 사회가 좀 차분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조그마한 희망이 있다면, 그래도 참고 견디며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봄은 왔어도 봄같지 않은 지금이지만 오직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국정농단이나 경제적 부실 정책 등 위정자들의 편견과 사욕으로 인하여 짓밟힌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예술가들이 아닐까 한다. 한때는 블랙리스트에 포함하여, 근래에는 코로나19에 의한 간절하고 피맺힌 절규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후보자는 보이지 않고 정치적 계산에 표 얻는 쪽으로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들은 상처받는 국민들과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들은 안중에도 없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니까 그 따위로 충성하고 빗나간 사고에 반성은커녕 자신의 억울함만을 반복하고 있다.

비좁고 어려운 대학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온 어린 예술인,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자로서 수십 년을 몸부림쳐도 제 앞가림은 물론, 처자식 건사하기도 어렵고, 더욱이나 여유 부리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어느 직종이 대학을 나와 자기 전공 분야에서 수십년을 종사해도 변변히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이 들까? 생각해 볼 일이다.

관료들은 국민이 낸 세금을 자기 것인 양 재단하고 선심을 쓰듯 배부한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엄두도 못 내고 제도권 저 멀리 떨어져서 불 건너 구경이나 하고 일련의 부류들은 보조금 얼마라도 받아 활동하려 혈안이 되어 충돌한다. 3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전업률 50%도 안 되는 예술계의 척박한 현실은 요지부동, 60여 년 전 “예술한다고 밥 비러 먹는다고 한탄과 함께 내리신 아버님의 진단”은 정확하게도, 불행하게도 적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랫동안 예술계의 지도자들과 관료들은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었을까? 시장 경제가 어느 정도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고용과 시장 키우는 일이 너무 당연한 가치일진대. 통치자와 주요 리더들은 그 중요성, 진정성은 어디에 두고 사욕과 사유하에 집중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결과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국민들 가슴에 커다란 상처의 비수를 꽂았으니, 이 아픔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행여 미안해 하기라도,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보는 것도 순진한 우리의 생각이고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방어를 위한 거짓으로 견고한 벽을 쌓고 뻔뻔함으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

많은 사람의 주시와 관심을 받는 리더의 덕목은 첫째가 정직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지혜일 것이다. 지식이 충분치 못하더라도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혜의 샘물로 모든 이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소망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소박한 것들이 아닐까? 잘못된 리더들이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잘못된 모습, 즉, 남의 탓, 내 탓이 아닌 무책임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미 우리는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았는데도 진정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는 말! 내 탓이라는 양심은 사라지고 그 그림자로 볼 수가 없으니 더 허탈하고 화가 나고, 망연자실, 희망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이러쿵저러쿵 오늘을 사는 우리 예술인들은 오늘이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숨 가쁘게 살아야 하고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인이 선택한 팔자라서 꾸역꾸역 현실과 타협해야 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뭉쳐야 하며, 그러므로 희망의 끈을 이어가며, 그 무엇을 갈구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과 상처들은 결국 바람처럼 지나갈 것이고 이 악업들은 선업으로 바꾸어 가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주 조그마한 제안, 창안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서 관심과 함께 힘을 모아 주어야만 희망은 시작될 것이니 - 망연자실 멍하니 서있지만 말고, 누구 탓하지 말고 함께 뛰어보자. 그것이 창작의 시작일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