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성중

비우고 덜어낼 때 우리 삶은 단순해집니다. 우리가 비우고 단순해질 때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집니다. 단순함은 소박함이나 간단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순수하고, 원초적인 것, 진리 자체인 ‘신의 뜻’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도승의 아버지 성 안토니우스(St. Anthony·251~356)는 인간 내면에는 두 종류의 세계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우리 영혼을 두렵게 하고 생각들이 무질서하여 슬픔을 만드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평온함과 더불어 기쁨과 즐거움과 용기를 주는 세계'입니다. 즉, 우리 정신의 복잡함이 만든 결과가 무질서와 혼란이며 평온함은 정신의 단순함이 근원이고 기쁨과 즐거움 역시 단순함의 소산입니다.

우리는 흔히 노년의 안정된 삶을 위하여 더 많이 돈을 벌려고 노력합니다. 묘하게도 일상의 복잡한 활동들은 이러한 단순함에 대한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본래의 의도는 여러 경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노년을 즐기려는 꿈이 열심히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복잡한 현실 속에 우리를 가둬버립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당신 앞에 그리고 당신 안에 있는 것들을 단순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살면서 겪어 온 경험과 그동안의 숱한 착오와 실수들을 거울삼을 때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구체적인 모습들을 살펴봅시다.

첫째, 맛집 메뉴는 단순합니다.
“메뉴가 많네요”
“네. 찾는 손님이 있고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다 보니까 메뉴가 많아졌습니다.”
SBS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의 첫 장면에서 여지없이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그리고 백종원씨는 거의 메뉴를 줄이자는 제안을 합니다. 선택 항목이 지나치게 많으면 뇌는 선택 장애를 일으키고 결국 구매 의욕을 꺾는다고 합니다. 선택권을 박탈하면 특별한 메뉴가 되고, 선택권을 박탈당하면 만족도는 놀랍게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선택권 박탈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못하게 하는 것. 살 수는 있되 쉽게 살 수는 없도록 하면 더없는 전략이 됩니다. 판매 수량 제한, 영업시간 제한이 이에 속합니다. 전국 유명 맛집들의 메뉴는 단순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둘째, 보통 ‘미니멀라이프’라고 하면 물건을 최소한만 소유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불필요한 것을 줄여서 지금 내게 가장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외부 만남이 여의치 않아지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공간을 넘어 삶의 전반에 확대되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나, 이것이 바로 단순한 삶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물건만이 아닌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적게 가질수록 더욱 사랑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적게 가진 그것마저도 다 버리고 갈 우리의 처지를 알면 더 그렇습니다.

셋째, 탁월한 리더가 뛰어난 설득력을 보이는 이유는 메시지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메시지는 기억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메시지는 실천하기 쉽습니다. 쉽고 단순하고 명확한 것,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상황이 복잡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묘수’이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단순함’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진솔함이 소통의 자산이며 공감과 협력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 내면에는 수많은 생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내면의 복잡함이 '예'를 '예'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아니오'를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이 단순하면 우리는 '예'를 '예'라 할 수 있고, '아니오'를 '아니오'라 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감투 제의가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자리이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그 일에 잘 맞는지는 자기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압니다. 특히, 공직이라면 전문성과 도덕성, 이 두 가지만 잘 살펴봐도 충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단순함이 바로 자유의 문이고 내면의 고요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합시다. 단순함은 절대 끝나지 않을 여행길의 목적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석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