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이른 아침 창가에 날아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눈을 뜨면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땀 흘려 일을 하며 하루를 살고 난 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맛깔스런 저녁식사를 하고 거실에 모여 앉은 가족들과 서로가 읽은 책의 느낌들을 나누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햇살 가득한 봄날에는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위해 씨앗을 뿌리고 그것들이 자라나는 한 여름의 태양빛을 견디고 나면 잘 자란 곡식들을 거두어들이는 가을과 함께 화롯불 앞에 모여앉아 맛있게 고구마를 구워먹는 겨울날의 훈훈한 저녁을 상상해 보세요. 이때 당신의 공간에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의 2악장이 흐르고 있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행복할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돈이 나를 통해 쓰임을 받도록 일을 하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진 나의 일터에는 날아가던 새 한 마리도 날개를 접고 쉬어갈 수 있을 만큼 아름답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면.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공부 그 자체를 즐기며, 학업의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지식의 넘치는 황홀경을 즐길 줄 아는 그대의 모습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겁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항상 잔잔하고 경쾌해서 늘 주위 사람들의 귓가에 여운을 남겨주는 사람이 되고 당신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질 때 숲 속에선 종달새와 꾀꼬리가 당신이 있는 곳을 향해 날개를 펼치려 준비를 할 거예요.

  언제나 친절한 당신은 주위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늘 미소 짓는 당신의 가족들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겁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항상 행복으로 넘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건강을 염려해야 하고 필요한 돈을 써야할 순간에 통장의 잔고가 부족해서 가슴이 서늘한 날들도 당신에겐 분명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런 날들이 당신의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날보다 더 많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란 존재는 신체의 건강보다 통장의 잔고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넓고 깊습니다. 이런 순간을 맞이할 때는 현실과 나의 존재 사이에서 비교당할 수 없는 내 존재의 거룩함을 먼저 인정해야 내 앞에 닥친 현실을 멋지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숲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 나무들 중에는 키가 크고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있는가 하면 너무 작고 연약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도 있습니다. 또한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온갖 풀들과 꽃들과 크고 작은 짐승들이 한 데 어우러져 숲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작품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 숲에 튼튼한 나무와 사람의 키만 한 풀들과 멧돼지처럼 힘센 짐승들만이 살고 있다면 과연 숲은 아름다울까요?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라는 숲에는 튼튼한 나무도 연약한 나무도 다 쓰임새가 있습니다. 이름 모를 잡초도 아름답게 핀 장미도 삶이라는 숲에선 모두 제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 또한 삶의 숲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나무와 꽃과 새와 짐승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높고 커서 절대로 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나무도 있고 아름다울 줄만 알았던 꽃도 그 줄기엔 보이지 않는 가시를 숨기고 있다가 나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애써 가꾸어 놓은 내 삶의 터전에 날아와서 알곡만 쏙쏙 뽑아먹는 얄미운 새도 있고 나의 힘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짐승들도 만나야 할 일이 때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우리에게 늘 교훈을 줍니다. 지금 일어난 그 어떤 일도 당신에겐 가르침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록 당신이 지금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산다 할지라도 그 일에 대한 해석은 오로지 당신의 몫입니다. 이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자세입니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는 당신의 삶을 지배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입니다.

  삶이 사막이라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우물이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새해엔 우리 모두 삶 속에 수없이 많은 그 우물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혜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