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답답한 마음에 미륵산에 올랐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코끝으로 따스함도 살짝 느껴집니다. 봄이 아주 멀지는 않은듯합니다. 지난주만 해도 꽁꽁 얼어있던 기양저수지에 오리 떼가 물을 가르며 놀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작은 다람쥐도 부지런히 뛰어다닙니다. 작은 새들의 노래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죽은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 희망은 우리의 영혼에 살짝 걸터앉아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이 될 때, “이게 끝이 아니라고, 너는 해 낼 수 있다.”라고….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라는 김종해 詩人의 글귀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향한 기도문 같아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엄숙하기도 합니다. 정말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 같은 형편과 상황들이 하루속히 종료되고, 우리 삶 속으로 향기 나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나비들도 날아드는 봄이 속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지 않는 의미 없는 노래, 울림이 없는 노래가 될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 주는 곁불이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라는 고백처럼, 詩人의 대표작『서정시집』은 정갈하고 함축된 언어로 삶과 자연의 섭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각박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詩人의 삶에 대한 경험적 통찰과 따스하고 아름다운 서정이 가득한 밝고 희망찬 시들이 많은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詩人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또 다른 이름은 바다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예기치 않은 풍랑이 얼마나 많습니까? 곳곳의 암초와 상어가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일도 마찬가지이겠지요. 時人의 조언처럼, 소망의 항구에 이르기까지 희망과 기다림이란 닻을 바다 깊이 내려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태풍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지혜는 두 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희망과 기다림입니다.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내로 기다리는 것은 행복을 수확할 수 있는 씨입니다. 하늘의 섭리를 담은 계절의 변화는 한숨으로 뒤를 돌이켜보게도 하지만, 미소로서 앞을 바라보게 합니다. 물론 살아가는 데 반성과 자책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밝은 희망으로 내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경은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13:7)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기다림이 우리가 살아가며 모든 것을 사랑하는 동기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그에게 희망을 둔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견디며 기다릴 수 있는 것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망은 우리가 삶에서 누리는 제일 멋진 축복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답답하고 슬프고 억울한 풍랑이 불어옵니다. 뉴스 보기가 무섭습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꽃 피는 봄이 그대 앞에 있습니다. 봄이 기다리고 있음에 가슴이 설레옵니다. 이제 봄은 멀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꽃이 필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