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라 왕이 배를 띄워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언덕에 놀러 갔다. 갑자기 나타난 선단에 원숭이들은 혼비백산해 멀리 달아나 숨기 바빴는데, 유독 한 마리만은 예외였다.

너 따위가 날 어쩌겠냐는 듯이 나뭇가지를 타고 재주를 넘는가 하면 가지 사이로 넘어다니며 장난치고 놀 뿐이었다. 괘씸한 생각이 든 왕이 직접 활을 쐈더니 원숭이는 보란 듯이 그 화살을 손으로 잡아채기까지 했다. 왕이 화가 치밀어 주위의 호위무사들에게 일제히 사격하게 했다.

재주 많은 원숭이도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해 화살을 쥔 채로 죽었다. 그제야 마음이 풀린 왕이 옆에 서 있던 신하에게 말했다.

“이 원숭이는 재주를 믿고 까불다가 죽었다. 그대도 잘난 척 남들에게 교만하게 굴지 말지어어다” [장자 서무귀]

위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원숭이의 미련한 잘난 척의 말로를 확인한 왕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교훈을 삼았을까. 그랬다면 ‘나도 조심해야겠구나’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왕의 반응은 ‘그러니 너도 조심해라’였다.

진짜 교만한 것은 오히려 왕이다. 권력을 이용해 재주많은 원숭이를 죽여놓고선, 그걸로 신하를 협박한다. “너도 나한테 잘났다고 까불면 저렇게 된다.”

저 스스로 누구보다도 잘난 척 쟁이이면서도 남 잘난 척 하는 꼴은 절대 못 봐주는 왕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