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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 신종 코로나19와 한반도 문제

익산역사문화연구회장

김 복 현

중국 발 신종 코로나19로 인해 한반도 남과 북의 경제와 정세가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외화부족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교역 중단과 함께 국경을 닫았고 남한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연락사무소까지 폐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략으로 기획했던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의 북한관광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제조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던진 모양이 되고 있으며, 어렵게 성사시킨 민간교류 관계도 멈추어 있다.

문제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19 국면을 극적으로 벗어난다고 해도 한반도 경제와 정세는 소강상태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부품공장이 멈추자 우리경제의 생산현장이 사라지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고사 직전이라고 한다.

또한 각종 행사나 모임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의 업종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모양이다.

여기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이면을 보면 북한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당분간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채 미국의 변화만을 요구해 왔고, 미국도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도 대통령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만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면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기대하기보다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 속에서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결론은 북한과 중국의 전략협력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북한이 전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다섯 차례의 북한과 중국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중국은 국제 제재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양국은 전략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국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친 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긴다는 위로문과 지원금을 중국에 전달하는 등 높아진 사회주의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무역마찰이 본격화되자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려했고 북한은 과도한 친 중국화의 길을 가려고 했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응해 북·중·러의 전통적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말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와 지린성 당서기가 연쇄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중 정상 합의를 관철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 민생·농업·관광·문화·체육 협력에 합의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국가발전 개혁위원회와 지린성 정부가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함께 중국 장춘에 한·중 국제협력 시범구 설치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국경지역에서의 접점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 중국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전통적인 남·북·중 협력모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정부도 신종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집권 후반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매년 중국 내 최하위 경제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동북 접경지역에 우수한 한국 기업을 유치하고 신규투자를 유치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반도 미래 비전을 고려한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없는 한 접경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겪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유동적인 한반도 상황에서 그리고 신종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시진핑 주석이, 하반기에는 리커창 총리의 한국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계기로 양국은 그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던 사드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공동역할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고자 하는 우리정부의 확대 균형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정부가 중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대중국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고 북한의 전략적 방향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 협력을 통한 우회로 확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방법론은 달랐지만 남북 관계에 많은 공을 들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때는 남북화해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외교 정책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적 방안의 대내외 설득력 확보와 각 부처의 대담한 역할 분담이 모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역설적으로 중국 발 신종 코로나 위기는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를 성찰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항상 위기는 바로 기회이기도 하기에,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기회로 삼아가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 사로잡혀 내일의 한반도 정세를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 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