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화가하면 먼저 삼원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오원 장승업과 삼재 공재 윤두서·겸재 정선·현재 심사정과 삼광을 꼽는다. 세 명의 미치광이 화가란 뜻으로 최북·장승업 그리고 김명국을 이르는 말이다.

김명국이 미치광이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술 때문이다. 스스로 취옹이라 부른 김명국은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예 붓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면 마치 꽃이 허공에 날리듯이 바다에서 용이 춤을 추는 듯한 멋진 그림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성격이 호방하고 해학에 능했으며 술을 몹시 좋아해 취해야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영남의 한 스님이 김명국에게 지옥도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술부터 사오라고 했다. 그 후로도 술에 취하지 않아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번번이 술을 요구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하기에 찾아가보니 염라대왕 아래서 벌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승려였다. 이에 화가 난 스님이 비단을 물어내라고 하자 김명국이 껄껄 웃으며 술을 더 받아오면 고쳐주겠노라고 했다. 스님이 술을 사오자 김명국은 술을 들이키고는 승려들 머리마다 머리카락을 그려 넣고 옷에 색을 입혀 순식간에 백성으로 고쳐주었다고 한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술에 취하면 또 취해서 그릴 수 없었고 취하고는 싶으나 아직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명작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