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김 현 철

‘pro bono publico’ 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보노 (pro bono)는 여기에서 따온 말이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이나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회계, 감사, 프로젝트 기획,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지식이나 기술 기반의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SESNET (Social Enterprise Support Network)의 주도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프로보노 활동을 벌여왔다. 은퇴자들의 재능을 사회적기업과 연계해주는 사회공헌활동이라던가 SK와 같은 대기업의 전문 인력을 연계하여 기업들이 안고 있는 당면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형태로 진행되었었다. 2017년부터는 ‘재능기부 뱅크’라는 플랫폼을 통해 그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광역자활센터는 일종의 프로보노 사업으로 ‘50플러스 자활기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자료를 보면, 50대의 91%가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하며,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꼽고 있는데, 이것이 지원단을 출범하게 된 이유이다. 이 사업은 월 57시간 이내 활동을 지원하며, 활동비로 월 52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1시간 당 9천 원 정도 되니 교통비와 식비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활동영역은 재무, 회계, 마케팅, 인사노무 등 경영 전반에 관한 것부터 갈등관리, 상담, 모니터링, 매뉴얼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밖에 우리지역에서도 보면 전북경제통상진흥원과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프로보노 풀을 구축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조직에게 전문가를 매칭시켜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익을 위한 프로보노 활동은 그 무엇보다도 사회적경제조직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균형복지의 실패, 사회적 양극화 등의 사회적 문제해결의 요구에서 출발한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이해관계자들의 공공적 참여를 기본 시스템으로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공공적 참여가 제도적으로 어렵고,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며, 사회적 합규범성을 추구하므로 영리추구의 기업활동의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공공적 참여를 대체할 수 있는 프로보노의 활동이 중요시 되며, 자원의 아웃소싱 형태를 갖는 프로보노는 조직 및 생산능력 부족 등으로 발생되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보노의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이러한 프로보노 활동들을 쉽게 볼 수 없다. 일부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등을 이유로 기업이 지닌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사회적경제조직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프로보노 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진실함의 시간’이다. 프로보노란 공익을 위한 재능기부로 이해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보노란 단순한 재능기부가 아닌 그 기업을 이해하고 고민함으로써 서로의 신뢰 하에 상호몰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할여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자신의 정보를 오픈하지 않고 프로보노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프로보노를 통하여 바로 즉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전문가인데도 말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능력들을 가감 없이 프로보노에게 오픈해야 올바른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프로보노는 단편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프로보노에 대한 불신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으로부터 창출될 수 있는 가치는 사회적경제조직들과 프로보노의 상호작용에서 가능한 것이다.

SESNET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기업들이 생각하는 프로보노 서비스의 효과는 ‘기업운영에 필요한 전문역량 강화’와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 해소’가 거의 6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전문인력과 기관에 대한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부담 등이 장벽으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는 프로보노의 서비스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인적자원의 아웃소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로보노 활성화를 위해 민간 중간지원조직은 프로보노와 서비스 대상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올 수 있도록 일련의 과정을 구조화 및 설계하여야 하며, 또한 프로보노 서비스를 가이드하고 모니터링 및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