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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만의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

익산시민 유 성 무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익산의 발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지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에게도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마음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얼마 전 소통신문을 통해서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 익산이 점진형 축소도시로 분류됐음을 알게 됐다. 익산의 인구가 계속 감소하여 현재 30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익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익산이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가 됐다는 기사를 보고 익산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를 생각해봤다.

나는 일개 소시민으로서 산업기반 시설 구축 또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과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많은 예산 문제를 수반하는 발전방향을 논할 역량이 없다. 다만 현재 익산이 갖고 있다고 내가 느끼는 자연적·인적 자원을 토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지극히 원론적으로 생각해봤다. 그전에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겠다.

브랜드 마케팅의 권위자로서 풍부한 인맥을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 마포구 손혜원 국회의원이 다른 도시의 지역 마케팅 및 지역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 통영의 전통공예 명맥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손 의원은 현재 목포의 구도심 재생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목포 구도심에는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밀집된 지역이 있는 모양이다. 이 가옥들을 외지인들이 매입하고 투자하게 함으로써 특색 있는 상권으로 육성 중이라고 한다.

손 의원은 지역재생이 어려운 이유가 현대화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와 자연, 사람에서만 나오는 차별성을 잃고 획일적인 지역개발을 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 같다. 모두가 같은 개발전략을 펼친다면 경쟁우위를 가진 지역이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 이처럼 평범한 이치를 저버리고 지역개발을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손 의원은 지역재생의 시작을 역사와 문화에서 찾는 것 같다.

나는 여기에 익산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산업단지 활성화, 향토산업 육성, 미륵사지 등 백제문화유산 관광 육성, 자연생태권역 보전 및 개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익산이 갖고 있는 어메니티(amenity)를 공감할 수 없다면 중장기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없다. 오히려 이런 개발사업으로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따라서 손 의원의 방식처럼 익산의 역사와 자연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시적 결과를 창출하고, 이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용역보고서에 나오는 거창한 개발계획이 아니라, 절묘하게 스토리텔링 되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역 마케팅이 돼야 실질적인 익산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익산시가 중심이 돼서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익산의 재생을 도울 지역 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 어떤 지역이라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한 법이다. 하물며 고조선-마한-백제-고구려의 문화가 살아 숨 쉬고, 드넓은 들녘과 산이 펼쳐지면서 금강이 휘어가는 30만명의 터전 익산에 어찌 차별화된 매력이 없겠는가? 다만 익산에 살고 있어서 우리가 미처 그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인바, 이를 참신한 시각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몇 년 전인가에 군산시 문동신 시장이 현대조선소 유치를 위해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노력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익산이 다시 살아나려면 지역 지도층들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문 시장처럼 절실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익산만의 차별성을 찾아줄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 자체에서 익산 재도약의 발판을 딛게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주간소통신문의 역작인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를 포함하여 인문적 감성과 역사가 어우러진 여러 기획보도들은 향후 익산만의 매력을 찾는 작업에서 소중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지역 언론의 살아있는 발품 기사에 민-관-학-연이 함께 하면서 각자의 시각으로 지역을 해석하는 노력이 축적될 때, 비로소 손혜원 의원처럼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익산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노력들이 경주될 때 어떤 방향으로 익산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개발이익을 극소수만 향유함으로써 오히려 지역을 황폐화시키는 개발이 아니라, 다수가 공유하는 지속 가능한 익산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기회는 수많은 시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며, 그 가운데에 사람이 있다. 지금 익산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의 장을 만들어보겠다는 간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