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비리 의혹을 밝혀서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이 촛불혁명을 일으킨 국민의 여망이다. 그런데 적폐에 연대책임을 지고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특정 정당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왜곡하면서 맞서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청산과 보복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청산(淸算)은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림을 뜻한다. 보복(報復)은 앙갚음과 동의어로서,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주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만 보더라도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강변하는 자들의 저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자들의 논리는 구차하기 짝이 없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자라면, 설령 개인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도 밝혀서 바로 잡는 것이 옳다. 하물며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하는 정권의 악행을 바로 잡아야 함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연적이지 않겠는가!

참담하기 그지없는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덮고 미래로 나가자는 말은 개도 웃을 헛소리다. 마치 오염원으로 가득 찬 상류를 그대로 두고 하류의 맑은 물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 단언컨대, 그릇된 과거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철저하게 청산하지 않고는 바람직한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토머스 제퍼슨은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반드시 새롭게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의미하는 피가 꼭 살상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민주주의가 민중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세력과 억압하려는 세력의 투쟁 과정임은 맞는 것 같다. 민주주의 파괴를 통한 사익추구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누가 됐든, 사악한 방법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사회적 응징이 가해져야 한다. 그 응징은 잘못만큼 되돌려주는 보복 수준이 아니라, 사회에서 영구 격리시킴으로써 악의 발아를 경계할 정도로 냉혹하게 행해짐이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난 두 정권에서의 민주주의 파괴행각을 보자. 용산 참사, 사자방 비리,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정치공작, 노동자 탄압, 검찰권 악용, 민간인 사찰, 간첩 조작, 세월호 참사, 인사 비리, 백남기 농민 사태, 비선 라인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 사태 등... 정권과 특정세력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저지른 민주질서 파괴행위를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으며, 그 기저에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언론장악이 있었다.

이들의 패행은 가히 조선 후기 때 자행된 폭정에 비견할 만 하다. 여기에 더하여 얼마 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획책 음모까지 나왔다. 이념이나 목적의 차이를 떠나서 이 정도면 인두겁을 쓰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적폐를 넘어 천인공노할 패륜이자 반민족적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만행들을 덮고 갈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을 억압하고 온갖 이권에 개입하면서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고를 탕진하였으며,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만든 자들의 잘못을 밝히고 엄단하는 것이 어찌 정치보복일 수가 있겠는가? 과거 청산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는 망언을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가?

적폐정권들은 4대강, 해외자원개발, 방위사업 등에 100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탕진하고 착복했으면서도 법적 책임은 고사하고 도의적 책임조차 외면했다. 오히려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에 필요한 예산 사용을 세금 도둑이라고 몰았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복지정책을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인기영합정책이라고 폄훼하면서 저지했다. 이게 어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맹자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명백한 범죄의 증거와 정황들이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적폐세력들은 일체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보복당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돈과 권력만 존재하는 별천지에 사는 사람들이니, 도저히 사람의 정으로 대할 수 없다.

국가권력을 악용해 국민을 억압하고 국고를 거덜 낸 행위는 부주의나 태만으로 생긴 잘못을 뜻하는 과오(過誤)가 아니다.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척결해야 할 구조악이다. 적폐정권과 이에 기생해 이익을 탐했던 자들의 뿌리가 얼마나 견고한가를 우리 모두 확인한 지금, 적폐세력 척결이야말로 지상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악은 이를 방조하는 자들 때문에 승리한다는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적폐세력이 나라를 망친 데에는 문재인과 현 여권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과(過)를 범했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 문재인과 여권은 적폐청산을 통한 국가개혁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악을 청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도 적폐청산을 못하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적폐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