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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사업, 상생정신이 성패를 가른다

익산시민 유 성 무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실시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의 낙후지역 500개소에 5년 동안 50조원을 투입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사업모델은 사업면적의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형,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정부는 2017년 12월에 익산을 포함하여 총 68개 지역의 사업지를 선정했고, 2018년에 100개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익산은 중심시가지형으로 선정됨에 따라 2022년까지 총 331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익산시가 KTX 역세권 개발과 연계하여 추진했던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커다란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익산의 관문인 익산역을 중심으로 하는 원도심은 영등동 신시가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까지 대표 중심상권으로 활기를 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규모 신시가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급속한 도심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쇠락을 거듭했다. 빈 상가들이 속출했고, 오후 9시만 돼도 상권의 불이 꺼지는 원도심은 15년 동안 약 10%의 인구가 감소한 익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익산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실시했다. 원도심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과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익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권이 중심지에서 주변으로 확산되어온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관이 협력하여 도심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도심재생사업 성공사례다. 또 인구 6만의 소도시인 충남 서천군의 ‘봄의 마을’ 조성사업도 눈여겨볼만한 성공사례다.

‘봄의 마을’ 조성사업은 도심의 전통시장이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시장터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발한 사업이다. 기존 시장터를 주차장 및 상가로 개발하려는 상인 및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서천군이 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5개의 문화-상업 센터로 조성하자는 개발안을 제시했다. 서천군의 지속적인 소통의 결과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봄의 마을’은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문화-상업의 허브가 됨으로써 원도심 활성화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언론 발표에 의하면, 익산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세대융합 창업지원사업과 마을기업 육성사업으로 창업되는 80여 개의 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목표하고 있다. 시니어 케어센터, 다기능 주민편의시설 등을 테마로 하는 특화가로 조성사업과 함께 문화 기찻길 조성과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조성 등을 통한 상권활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LH공사와 협약하여 빈집과 빈점포를 공공임대상가로 조성한다.

국내외 사례들을 볼 때,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요인은 물적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상생정신의 정착 여부로 보인다. 330억원의 혈세는 원도심의 부동산 소유자들을 위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익산 전체의 발전을 전제로 투자되는 것임을 시민들이 인식해야 한다. 낙후된 구도심에 들어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임차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기 위해 이익을 사회가 공유하는 상생정신을 제도화시켜야 이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한동안 서울의 특성화 상권이었던 홍익대 인근,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다. 임차인들이 온갖 노력으로 활성화시킨 상권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를 유치함으로써 상권 활성화의 이익을 편취하였다. 그 결과 상권의 고유한 특색이 사라지면서 상권이 침체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지자체와 함께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공급자인 건물 소유자가 아니라 건물 수요자인 임차 사업자 나아가서 소비자인 시민이 주체가 되는 개발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창업과 특성화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 기하지 못하고, 한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다른 상권을 위축시키면서 막대한 혈세만 허비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음이 우려된다.

며칠 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고 한다. 부디 익산시가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기존에 없거나 부족했던 분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익산 전체가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끝으로 중심시가지형과 우리동네살리기형에서 동시 선정된 군산시처럼, 익산시가 원도심 이상으로 침체가 심각한 농촌지역의 활성화 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