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아침에 기사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학 포기 후 생계의 기로에서 죽음을 택한 전주의 여고생 A양의 소식이었다. A양의 아버지는 A양이 고교 입학 후 큰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2년째 병원에 입원중이고 어머니도 경제적 능력 없이 간혹 허드렛일을 할 뿐이었단다.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도 있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A양은 결국 진학을 포기하고 작년 11월 전주시내 한 미용실에 취업했다고 한다. A양은 취업에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A양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미용 일을 잘하지 못해 기쁨은 절망으로 바뀌고, 한 달 만에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갔다.

그 절망의 크기가 얼마나 컸을까? 그렇게 무너질 때 다른 선택의 기회는 주어질 수 없었던 것일까? 한 사람이라도 옆에서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다면 다른 선택의 길을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A양의 소식은 예외적인 특별한 소식일까? 불행히도 OECD 34개국중에 행복감 꼴찌, 자살율 1위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A양들이 넘을 수 없는 절망 앞에 홀로 서고 있는 것인가? 전북의 현실을 살펴보면 비상등이 켜져 있다.

전북의 2016년 출생아수와 사망자수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사망자수가 1000명이나 더 많았다. 출생아수가 1만 3천여명이고 사망자수가 1만 4천여명이다. 연령별로 50대 이상은 늘고 있지만 50대 미만은 모두 줄고 있었다. 특히 25세에서 35세까지 청년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1/4정도 그 수가 적다. 대부분 일자리 때문에 전북을 떠났을 것이다.

전북의 고용률은 광역시도가운데 15위~16위로 거의 전국 꼴찌이다. 전국 65세 노인인구는 14%를 넘었는데 전북은 20%에 육박한다. 군 단위는 30%를 넘어가고 있다. 전북의 큰 대기업들이 떠나고 흔들리고 있다.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와 일자리가 오히려 없어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함께 먹고 살 것인가? 먹고 살 궁리를 함께 해야 할 때이다. 미래적인 획기적 산업대책이 없다면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냉혹하고 치열한 국제경쟁과 기술변화는 이미 모두에게 엄청난 압박이다.

많은 대책들이 필요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새만금을 살펴보게 된다. 새만금사업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기회를 함께 안고 있는 땅이기도 하다.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되고 4조원 규모의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되면 국책사업으로서 새만금이 그동안의 지지부진함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예산만 가지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지난 12월에 국회에서 특별한 새만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속가능한 새만금 대안구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세 명의 전문가 발제와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 등 여러 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시화호 환경갈등 해결 협력적 거버넌스 사례발표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 얼마나 생산적인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10년간 정기회의 350회, 토론과 세미나 110회, 실행 TF팀 논의 250회를 운영하면서 열려있는 충분한 논의를 한 결과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새만금이 시화호와 매우 유사한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깊이 연구하고 배울만하다. 더 의미 있었던 발표는 그 다음에 이어졌던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새만금 신구상 방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현재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에도 약 20km²(개발면적의 7%)를 신재생에너지단지로 구성하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MP 전체가 선택과 집중이 충분하지 않고, 많은 욕심들이 나열식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현실적인 난관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대한민국도 지진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고, 핵발전소는 그 후처리비용과 위험부담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싸지 않은 에너지라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서둘러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이는 53GW의 신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해야 하는 규모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설치되었던 태양광 전체의 규모가 3.3GW수준이라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될 것이다. 이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80%이상 되어야 하고 태양광은 30GW이상, 풍력은 15GW이상 보급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목표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새만금의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새만금지역의 태양광, 해상풍력, 조력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각각 40.1GW, 2.8GW, 0.7GW 등 총 43.6GW로 국가목표의 약 97%수준이지만 시장성/기술력/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한다면 태양광은 매립지 및 호소면적의 20% 설치로 8GW, 해상풍력은 0.9GW(국토부, 농식품부 2011), 조력은 0.5GW(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15) 등 총 9.4GW로 국가목표의 21%수준이 가능하다는 발표였다. 조력발전만으로도 전북에서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 목표에도 부합하고 전북의 발전과 일자리대책에 획기적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MP기준 농업용지(8570ha)에 염분이 빠지는 시간은 20년쯤 소요되고 바이오에너지 작물 등을 재배하는 것은 경제성이 낮다는 점에서 20년간 8.57GW규모의 대규모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봄직하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그 문제의식과 상상력에 눈이 번쩍 뜨였다.

길은 있게 마련이다. 전북의 미래발전을 위해 이제 시화호 거버넌스를 모델로 지지부진한 새만금 비전에 대해 민관이 함께 상상력 있는 미래적 토론을 해야 할 때이다. 예산과 매립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많은 A양들의 절망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