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 스님이 법당에 올라 법문을 하면 언제나 듣고 있던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만 남아 있었다. 백장이 물었다. “그대는 뉘신가?” 노인의 말은 믿을 수 없는 괴이한 것이었다. “저는 과거 가섭불 시대에 이 산에 주석하여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학인이 ‘위대한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묻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 不落因果(불락인과)’라고 대답했다가 그 과보로 오백 생을 여우 몸을 받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처지를 바꿀 수 있도록 한 법문 해주소서”하면서 자신에게 던져졌던 물음을 다시 던졌다. “위대한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백장이 대답했다. “인과에 어둡지 않다. 不昧因果(불매인과)” 노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우쳤고, 백장은 노인의 부탁대로 그가 벗은 여우의 몸을 찾아 다비해 주었다고 한다.

「백장의 여우」라고 하는 이 공안은 믿을 수 없지만 널리 알려져 있다.

‘불락인과’와 ‘불매인과’ 한 글자의 그 작은 차이로 인해 노인은 오백 생을 여우가 되어 떠돌다가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했으니, 정말 털끝만큼의 차이가 천지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낙과 매 두 글자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말에 이어진 「인과」 때문이다. 대체 인과가 무엇이기에 그 노인은 오백 년을 여우가 되어 살아야 했고 “인과에 어둡지 않다”가 무엇이기에 노인이 단박에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인과를 말하는 것은 불교만이 아니라, 근대의 서구 철학에서 말하는 ‘인과 율’, ‘모든 결과는 필연적으로 그 원인이 있다’ 라는 명제와도 일맥 상통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