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일정기간 동안 삶을 유지하여 왔다면 죽음에 대하여도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정반대의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니-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하여 서서히 아니면 빠르게 다가가기 마련이다. 살면 살수록 죽음이 가까워온다는 사실은 모를 일이다. 삶과 죽음은 곧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둘이 아니라 결국 하나이다. 출생이 없으면 죽음도 없을 것이니, 삶은 곧 죽음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이나, 삶 속에 이미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출생을 경사로 축복하고 사망을 애사로 슬퍼함은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망각한 근시안적 생각이 아닐까? 모를 일이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사는 법을 배운다”라고 세네카(로마시대의 사상가)는 말한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고 하는 것, 즉 불로장생 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꿈이었다고 하겠으나 살아있는 것이 결국은 죽고 만다는 것은 운명의 절대원칙처럼 지켜지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유사 이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하며 그 위대성과 존엄성을 부르짖어 왔으나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으니, 해골과 무덤은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나 자신의 운명이었다. 독재권력자나 수천억의 재산가, 만물박사, 성인군자, 예술가 등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한결같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배당품은 관(棺) 하나뿐 더 이상은 아니었다.

“너희는 흙에서 태어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성경구절은 어쩌면 진리이며, 이 진리에는 ‘절대’라는 말이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카뮈는 말하기를 “인간이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운명은 죽음이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찾아온다 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태어나 일평생을 한탄하며 부대끼고 쓰라림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무리가 오늘도 우리의 주위를 메우며 역사를 이어간다. 생존한다는 것 이것 때문에 손발이 닳도록 노력하고, 때로는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하며 살기 위해 죽어야 하는 모순도 남겼다. 집단을 위하여 작은 하나는 헌신짝이 되어버린 예도 허다하며, 많은 사람이 하나를 위하여 귀 기울인 정성도 대단한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어두운 그림자도 많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세상도 볼 수 있으니, 실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고통만은 아닌 듯 싶다.

인간은 실로 무엇인가를 알려고 노력하는 측에 속한다고나 할까? 작게는 어린 시절, 개미집을 헤집어 망가트리는 일에서부터 이 신문 저 책을 뒤적이는 일, 뉴스 시간마다 이 채널 저 채널을 옮겨보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 수와 방법은 천종만별이다.

짧은 일생동안 거의 20여년을 학교에서 배우고 무엇인가를 터득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는 수수로움을 금할 길 없는 일이겠으나 나의 작은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처사이고 어떻게 해야 그 따위를 극복할 수 있을런지는 도시 알 수 없는 일이다.

희망 없는 진단을 받고 누운 환자가 내일이면 그만일 운명을 안고 「장차 퇴원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아직 못다 한 일들을 하겠다」고 벼르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는 가족의 찢기는 마음도, 몇 달 후 닥쳐올 선거 결과의 폭풍 노도도 피차 알 수 없는 일이다.

한때 도시의 인구가 격증하면서 횡재를 한 사람도 많았다. 복덕방 주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작을 걸고, 몰라서 못 산다는 이야기인데 부자가 되는 일이 관심은 있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소싯적 엿장수로 시작하여 일약 거부가 되었다는 재벌의 뒷날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며 자신도 언젠가 부자가 되리라는 욕망 속에 속절없이 늙어간 조상과 그 후예가 공존하는 세상에 나는 정말 어떻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 어디 그뿐이랴! 뭐니 뭐니 해도 알 수 없는 것은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어제까지도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오늘 가정법원 마당에서 영원한 숙적이 된 것도, 우연히 눈에 띈 사전 속의 ‘배신’이란 낱말에서도, 갈라선 당원의 뒷모습에서도, 스치는 생각은 역시 알 수 없는 건 사람의 마음이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