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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을 하나로 묶을 의로운 시장을 선택하자

익산시민 유 성 무

며칠 전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6.13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여러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익산은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 모두가 인구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3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역경제 또한 어수선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4년 동안 익산을 이끌어갈 시장과 시의원, 도 차원에서 익산을 지원할 도의원의 임무는 막중하다. 이들을 잘못 선택하면 그나마 익산을 다시 회생시킬 시간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맞이하여 익산 시민들은 참으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정을 책임질 시장에 대해 시민 모두가 냉철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사로운 감정으로 시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자질 없는 자가 시정을 이끌면 그 피해가 시민 전체에게 고스란히 파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소통신문 지난 호 기고에서 나는 시장의 기본자질로 3가지를 꼽았다. 정치적 역량이 검증된 리더십, 혁신을 이끌 소통의 리더십, 시민과 동고동락 하는 따뜻한 리더십! 그 리더십은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을 긍휼히 여기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기기기익(己飢己溺)의 자세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가 시장이 되든지 익산을 새롭게 만들려면 지역의 경쟁력과 취약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익산의 경쟁력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어야 발전적인 전략을 펼 수 있다. 익산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실현가능한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일부 후보들은 익산을 특색 없는 도시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인식으로는 혁신적인 지역발전방안이 나올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30만 명이 넘는 사람, 백제역사유적을 중심으로 널린 다양한 역사문화자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기반, KTX 및 도로망을 갖춘 뛰어난 입지... 이 정도면 많다 못해 넘치는 것이 아닐까?

익산에 정말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도시화 과정에서 퇴색해버린 ‘의로움’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갈 것도 없고 익산의 근현대사만 보더라도 3.1 독립운동 때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면서 의기를 떨친 문용기 열사와 더불어 사는 청부(淸富)를 실천했던 만석꾼들을 통해 익산이 ‘의로운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매력 있는 지역공동체가 되려면 그 무엇보다 ‘의(義)’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지역 발전과 ‘의’가 무슨 연관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지속된 번영을 누리는 지역의 진짜 성장동력은 자본이나 기술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뿌리 내린 ‘의’다.

‘의’는 행동의 올바름이라는 개인적 차원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통 규범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양식 있는 행동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의’다. ‘의’가 있어야 사회적 신뢰가 있고,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덜란드의 세계 1위 식품클러스터 푸드 밸리(Food Valley)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의’라는 관점에서 찾아보겠다. 푸드 밸리가 급성장한 이유는 8개의 지자체와 시민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식품산업 관련 네트워크를 결집시켜 2001년부터 ‘푸드 밸리’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혁신 가치를 공유하는 강력한 협력-경쟁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네덜란드 특유의 ‘의’인 공동체의식이 민-관-산-학-연 복합체인 푸드 밸리를 만들었다.

나는 익산이 작금의 위기를 넘어 다시 도약하려면 ‘의’의 참다운 의미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3가지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했다. 앞으로 익산에서 전개될 대형 국책사업들과 첨단기술기업 유치, 관광산업이 성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려면, 국가의 지원만이 아니라 클러스터 이론에서 말하는 비전 제시자-전문요소 공급자-시스템 통합자를 하나로 묶는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지만 거대한 혁신은 단순한 패기나 전문지식, 신기술, 자원, 자본 등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술이나 사고의 편린들을 다른 관점에서 융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노련한 정책적 혜안에서 나온다. 이것이 혁신의 요체이며, 그 중심에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6월 13일 선택될 익산시장은 단순히 일 잘하는 것과는 별도로 뜨거운 심장을 가져야 한다.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다수가 기꺼이 동참하도록 만드는 진실함과 사람 위주의 정책을 굳건하게 실천하는 성실함, 시민을 위해서라면 뭔 짓이라도 하겠다는 절실함! 이런 자세로 시민과 함께 해야 네덜란드 푸드 밸리처럼 살맛나는 익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익산은 생각한 것보다 가진 것이 많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잘 살게 해줄 혁신의 원동력인 ‘의’, 즉 ‘익산정신’이 부족하다. 부디 이번에는 의기 넘치는 시장을 선택하고 모두가 의기투합하여 위기의 익산을 기회의 익산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