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봄의 전령이라 하는 경칩(驚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이 우리 앞에 다가와 우리를 반기고 있는 계절이다.

이러한 좋은 계절에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나에게는 무엇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외로움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만족보다는 좀 더 좀 더 하며 더 많은 소유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있다. 이같이 소유에 대한 욕구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혼자 있을 때 내 마음과 정신을 감싸고 있는 쓸쓸함과 외로움이라고 한다.

쓸쓸함과 외로움의 감정은 건강한 정신을 부식시키고도 남는 큰 위력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살면서 너무 힘들 때 단 한사람이라도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할 때 필요한 사람이 없다면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를 보면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삶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표현했다.

‘이해인’ 수녀는 ‘아! 삶이란 이렇게 외롭구나!’ 라는 시에서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사람이 곁에 없어서 묵묵히 견뎌내야 하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 어쩌면 삶인 것 같다. 그런데 그 한사람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처받을까 봐 조바심치지 않아도 되고, 배신당할까 봐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나 내가 원하면 만날 수 있고, 아무 말이나 해도 후회가 생기지 않는 확실한 내편이 되는 사람, 아내도 남편도 아니다. “바로 나다”

나에게는 언제나 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바람이 부는 황량한 거리에서 내 앞에 놓인 삶에 대하여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적 같이 느껴져 두려움에 떨 때, 내가 나를 두 팔 벌려 꼭 안아주며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면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길을 잃어도 자신감이 찾아온다. 나는 언제나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잘 대접하려 하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소홀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나를 잘 대접하는 일이야말로 행복의 첫걸음이다. 나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매섭게 추운 날들을 잘 견디어 낸 나를 위해 향긋한 냉이 된장국과 새콤달콤한 달래 무침으로 화사한 봄을 맞이해 보자.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모두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있어서 함께 하는 동안에 추위를 이겨내는 동반자 되어 행복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세상이 아주 크고 달콤한 사탕처럼 느끼면서 세상을 살아야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아침 외출 시 볼품없는 구두지만 반짝 반짝 윤기 나게 닦으며 오늘 파이팅하자고 힘차게 나를 격려한다면 하루일과가 신나는 놀이동산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될 것이다.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그대의 가장 절친한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내 외로움과 어려움을 다른 사람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삶이 더 고단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믿을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철학을 간직하는 것만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하나의 방책이 되리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웃에 의지하고 믿을 수 없는 타인을 통해 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의지하고 그 믿었던 이웃이 나를 배반할 때는 어김없이 큰 상처를 받고 살아 왔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내 자신을 가장 믿음직한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의지하는 것이다. 비록 오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허무한 시간을 보낼지라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마음 편하게 쏟아낼 수 있고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 나에게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내가 들어야 하고 평화의 소리도 내가 직접 들어야 믿게 되는 것처럼 나의 존재를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 충실하는 시간이 영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