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마라.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씨가의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

위의 여섯 가지 규제는 최씨가의 가훈으로 이를 실천하여 부자가 되었으나 인심을 잃지 않고 부를 지속할 수 있었다.

경주 최부잣집의 유래는 최진립(1568~1636)으로, 그는 경주 최씨로 신라 대문장가 최치원의 후손이며 선조 때에 무과에 급제하여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결사대 수백 명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워 대승을 거두었다.

이 공로로 경기수사 겸 삼군통제사에 임명되었고, 인조 때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공주 영장으로 출정하여 용인에서 후금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그가 벼슬에서 물러나 있을 때 고향 월성에 약간의 농지를 마련해 두었고 아들 최동량이 농사를 지었다. 최동량은 아들 최국선과 함께 농법을 연구해 같은 땅에서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는 시비법과 이앙법을 실시했다. 경주 최씨의 부는 최동량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근면하고, 검소하라, 절약하라’, ‘땅은 정직하다’고 아들 최국선에게 가르쳤다. 이렇게 몇 해 지나지 않아 천석꾼이 되었다. 그 당시 6할에서 8할까지 받던 소작료를 5할로 내려 농민들이 의욕적으로 일하게 하였고, 그의 땅은 점점 늘어갔다.

이렇게 경주 최부자가는 12대 최준에 이르게 되었고, 고종이 즉위했으며 일제강점기였다. 일제의 탄압이 극렬했고,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김구가 주석이 되었다. 최준은 안희제와 함께 백산상회를 설립하고, 백산상회를 통해 상하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보냈다.

또 최준은 죽기 전에 ‘우리 재산을 대구대학에 기증한다’고 하여 그의 재산으로 설립된 대구대학은 영남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최부자가의 땅과 재산은 사라졌지만 300년 동안 이어져온 아름다운 전통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