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 은 미

해마다 이쯤 되면 피는 꽃이 있다.

길가, 산천 가릴 것 없이 수줍은 소녀마냥 소담하게 피어있는 하얀 꽃, 바로 구철초이다.

구절초는 예로부터 ‘엄마의 꽃’이라 불리운다.

모습은 소녀이나 왜 엄마의 꽃이라 불릴까.

한자의 이름은 선모초(仙母초草)로 어미 모(母)자가 들어간다.

이름은 예로부터 그 꽃의 쓰임에서 지어진 듯 하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어미는 그 꽃을 꺾어 처마 밑에 걸어두고 정성스럽게 말렸다.

고이 말린꽃은 여인들에게 소중한 약재로 쓰였기 때문이다.

약재가 귀하던 시절 구절초는 여성들의 상비약으로 사용되었다.

여성의 월결통을 완화시켜 주고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하여 임신과 출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집가는 딸에게 구절초를 고이 말려 혼수로 보내는 풍습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때론 쓴맛이 나는 걸 푹 고아 조첩으로 먹기 쉽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어미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긴 구절초의 다른 이름은 선모초이며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예전에는 흔하게 밟히던 아주 흔한 꽃이었는데 요즘은 구절초를 보기 어려워졌다.

최근 구절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 간 것이다.

그나마 요즘 각 지자체에서 구절초 관련 축제와 행사들을 진행하며 인위적으로 식재해 구철초 보기가 보다 쉬워졌다.

어머니의 사랑은 흔한 구절초처럼 발끝에 체이며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는 결혼한지 여러 해 되었음에도 매일 3번 정도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다.

밥은 먹었는지, 별 일은 없는지.

하물며 우리 모녀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볼 정도로 지척에 있는데 말이다.

때로는 이것이 간섭 같아 짜증 낼 때도 있지만 어머니는 한결같이 딸의 안위가 걱정이다.

농장에 구절초가 하얗게 피었다.

구절초는 처음 연분홍으로 피어 벌이 수정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모습처럼 하얗게 변한다.

연분홍의 모습은 아주 찰나여서 매일 관찰하는 이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꼭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 같지 않나 싶다.

여린 소녀에서 하얗게 변한 구절초를 보면 어머니의 사랑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진다.

올 가을, 들판에 엄마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