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단식(斷食)’이 다시 화두다. 열렬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진 정치 지도자가 지난 20일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죽기를 각오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많은 만류에도 단식을 이어가던 그는 8일 만에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다행히 회복하고 있다.

금식(단식)은 구제와 기도와 더불어 유대교에서 중요한 경건생활의 덕목이었다. 이것을 많이 할수록 영성이 깊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세 가지를 강하게 꾸짖으셨다(마6:1~18). 은밀한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이벤트 같은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꾸짖으신 것은 바로 금식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동기였다.

사실 금식은 철저한 ‘자기부정’ 정신에 기초한 경건의 덕목이다. 그런데 유대인은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이벤트와 자신을 꾸미기 위한 장식품으로, 이익의 도구로 삼은 외식하는 신앙인이 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사람에게 알리고, 인정받고, 과시하기 위해 하는 행위는 기독교 영성과 거리가 있다.

성경은 말한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야 58:6-7)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이란 밥을 굶는 것이 아니라, 압제 당하는 자의 멍에를 끌러주고, 어려운 사람,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을 보면 동정심을 발하여 도와주고, 어려운 형제자매가 찾아오면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고 하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금식을 하되 이들을 돌아보면서 금식의 정신이 생활 속에 배어들게 하라는 것이 신앙생활의 핵심임을 알리신 것이다.

성경은 진정한 금식을 하는 자에게 축복의 말을 전한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내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이사야 58:8~11)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단식의 자리에 서겠다고 정치 지도자는 다짐하고 있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가 따르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밥을 굶는 식으로 땡깡 정치를 펼쳐 오히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함으로써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최소한이라도 챙기는 일조차 방기하는 데 앞장선다면, 그의 단식은 세속의 목적을 위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할 뿐 그가 신봉하는 신앙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지닌 지도자들에게 간절한 바람이 있다. 종교의 힘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기보다 국민들의 여건과 환경 등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반영하는 정치를 펼쳐 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좌나 우로 나누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이 시대에 주시는 의미를 지도자로써 다시금 곱씹어 봐주길 기도하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