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김 현 철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인다.’ 이 글은 트럼프의 트윗 내용이다. 트럼프가 말한 ‘행복한 어린 소녀’는 다름 아닌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그녀의 연설을 듣고 조롱하듯 올린 내용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주도로 2015년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파리기후협약)’에서의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의 신자유주의 행보를 볼 때 어느 정도 맥락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 그녀는 스웨덴 출신으로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었고 2019년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과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힐 정도의 위대한 환경운동가로 2003년생의 10대 소녀이다. 2018년 8월 어느 금요일, 그녀는 학교 대신 국회의사당으로 향한다. 그렇게 시작한 1인 시위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로 주목을 받았으며, 133개국 160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동참하게 되면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환경캠페인으로 발전되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8년 157일뿐’이라고 말한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2℃가 높아지면 해수면이 65미터 상승하고 생물들이 멸종하게 되며, 지구는 산성화되어 비가역적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데, 섭씨 2℃ 상승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8년 157일이라는 것이다. 약 1만년 동안 자연적인 기온변화는 약 4℃ 상승에 그친 반면, 과거 100년의 시간 동안 인간들의 활동으로 기온은 1℃ 상승하였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전 지구적 노력이 없는 한 현 추세를 볼 때 채 20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툰베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 그리고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초대되어 연사로 나선 것이다. 비행기가 아닌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서 말이다. “How dare you?(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로 시작한 그녀의 연설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60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이 묻힐 정도로 강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중략)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중략)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 해도,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여러분들이 공기 중에 배출해놓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인류의 생존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돈과 경제성장만을 쫓고 있는 트럼프가 이날 참석하였다. 줄곧 화난 표정으로 그의 움직임을 쫒고 있는 툰베리의 시선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로 이미 그녀는 우리시대의 위대한 환경운동가로 서 있었다.

오늘 아침 의미 있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에임스에서 20살 여대생인 레이첼 정크가 3선에 도전한 거물급 현역 크리스 넬슨을 꺾고 시의원에 당선되었다는 기사였다. 에임스시는 6만7천여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첫 시험대인 에임스 스트로폴(비공식 예비투표)이 열리는 곳이어서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도시이다. 현역의원 넬슨은 ‘넬슨 일렉트릭 컴퍼니 (NEC)’의 부사장으로 정크에게는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넬슨에게선 트럼프가, 정크에게선 툰베리가 오버랩되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집중된 정크의 정책과 더불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차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라는 그녀의 포부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