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홍보비가 연간 약 1조1천억 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자체 및 공공기관까지 합하면 연간 1조 수천억대의 천문학적 혈세가 매년 언론사업체로 흘러간다. 누구나 스마트 폰 몇 번 클릭하면 원하는 국정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시대다. 굳이 중간에 정보를 중개하면서 혈세를 받아먹는 매개체 없이도 정부와 국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오히려 중간에 낀 매체가 없으면 ‘잡음’이 제거되는 이점도 있다.

정부 홍보내용이 다소 어렵고 전문적이어서 정보 소비자인 국민이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없다.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교양 있는 시민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쉽고 심층적으로, 무엇보다 재미있게 풀어준다.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틀린 점을 시정해주고, 빠진 점을 채워준다. 그 어떤 언론사보다 정확하고 균형 있는,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진국 최저 수준의 신뢰도에 빛나는 국내 언론사에 엄청난 혈세를 주고 있다. 차라리 그 돈 중 일부로 누구나 쉽게 국정 정보를 가공(해석, 비교, 보충, 비판, 제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21세기에 맞는 홍보 방침이다. 여기에 통계상 오류가 적은 방식의 여론조사 기능까지 장착한다면, 민의를 실시간으로 국정에 반영하는 직접민주주의 실현도 가능하다.

최근 언론과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언론 바우처 제도’와 ‘공영 포털 운영’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 바우처는 언론 소비자인 국민에게 일정액을 주고, 개인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기사에 대해 바우처로 보상하자는 제도다. 공영 포털은 전문적·객관적인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뉴스 편집 원칙을 정하고, 이 원칙을 지키면서 공영 포털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홍보비를 우선지원하자는 취지다.

나는 공영 포털 운영은 아주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신 뉴스 콘텐츠를 파는 포털을 국가 중요 언론사로 규정하고, 포털에 게재된 허위·왜곡 기사에 대해 관련 수익의 여러 배를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규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불량 상품이 범국민적으로 유통되는 판을 깔고 돈을 거둬들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논리다.

‘언론 바우처’에 대하여는 절대 찬성이다. 왜 내가 낸 세금을 허위·왜곡·반민족·반민주 보도는 물론이고 발행 부수까지 속여 먹는 사이비 언론사에 퍼줘야 하는가? 주권자로서 나는 돈과 권력에 환장한 수구 뉴스장사치들에게 혈세를 퍼줄 권한을 정부와 정치권에 위임한 적이 없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보도를 하기 때문에 세금으로 지원할 가치 있는 언론사를 선택할 권리는 당연히 국민 개인에게 있어야 한다. 사악하고 무능한 언론사의 힘을 혈세로 키워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언론 바우처를 뒷받침할 제도를 제안한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내외 언론인, 학자, 현장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언론기관 평가단’을 구성하고, 주요 언론사 보도에 대한 신뢰도 검증을 하는 것이다. 언론 바우처 및 공영 포털은 선진국 최하위 수준인 한국 언론 신뢰도 때문에 불거진 것이니, 이를 검증하여 바우처 수급 가치를 갖는 언론사를 선별하는 기준을 만들자는 뜻이다. 메시지의 질은 메신저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지자체의 홍보비 지출도 전면 검토해야 한다. 상당수 지역 언론사의 행태를 보자. 기사의 대부분은 지자체 보도자료 베껴 쓰기다. 심층적 취재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발품을 파는 기사도 찾기 어렵다. 가끔씩 나오는 지역 이슈 또한 단편적이고 부실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만든다. 그걸 보는 사람 또한 별로 없어 다행이지만! 이런 언론사에 혈세를 주는 것 자체가 행정권 남용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문자메시지를 통한 홍보의 유용성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보도 자료를 문자메시지로 링크하거나 SNS를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디지털 미디어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면, 전단지나 반장·이장·복지지원망 등 행정망을 활용하면 된다. 굳이 효과도 별로 없는 군소 지역 언론사, 특히 인터넷 언론사 등에 매년 수억 원을 쓸 이유가 없다.

지자체가 지역 언론 창달을 기한다면, 능력 있는 언론사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즉 완성도 높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그 성과를 지역 전체로 공유시킬 능력 있는 언론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옳다. 몇 년 언론사 간판 달고 있다고 찢어주기 식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구태는 끝내야 한다. 지자체 행정 홍보를 잘못하여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은 없다.

이렇게 하면 기존 방식을 원하는 지역 언론사 때문에 지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 그래서 지자체야말로 홍보비의 시민 바우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시민이 가치 있는 기사를 제공한다고 평가하는 언론사에 바우처를 지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베껴 쓰기나 기사답지 않은 기사를 남발하는 저질 언론사는 퇴출될 것이다. 시민을 위해 유익하고 불편부당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비전을 제시하는 언론사만 시민 곁에 남을 것이다.

사이비 언론사에 혈세 지출하는 악습, 이제는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