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영규

“뿌린 대로 거둔다.”라고 하는 말은 누구나 공감하는 평범한 진리이다. “논두렁에 발소리만 들려도 벼는 쑥쑥 건강하게 자란다.”라고 농부이신 아버님은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셨다.
관심과 정성으로 대하면 그 보답이 그대로 돌아온다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먼저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 상처로 돌아오고 희망을 주면 희망으로 돌아옴은 자명한 일이다.

삼분의 일 가까이 노령으로 이루어진 우리 지역은 노욕을 지향하고, 남을 배려, 이해하려는 마음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이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은 아니다. 매사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주는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 진정 어른이 아닌가 싶다.
덧붙여 매사에 긍정적 사고를 가진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있다. “온달님은 성실하고 힘이 있으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장군이 될 거예요.”
평강공주의 이 한마디 격려에 바보 온달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낮에는 칼 쓰기, 활쏘기를 익히고 밤에는 책을 열심히 읽어 마침내 한 나라의 장수로 재탄생한다는 이야기다. 모자란 바보가 평강공주의 격려에 힘입어 훌륭한 장군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능성을 믿고 격려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그대로 일어난다는 효과를 서양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 말한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성을 혐오하고 믿지 못하여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키프로스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어느 땐가 상아를 이용하여 여자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점점 작업이 진전되면서 그 여자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완벽한지 살아있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넋이 빠지고 그 아름다움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는 살아있는 여인을 대하듯 조각상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과 애정표현을 쏟아 붓는다. 그 조각을 안아보기도 하고, 대화하며 좋아할 만한 선물도 바치기도 하면서 나중에는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라고 부르기도 했다. 키프로스에 “아프로디테” 축제가 있던 날, 피그말리온은  재단에 나가서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신이시여 저 상아로 만든 조각품을 제 아내로 점지해 주소서.”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감복한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대로 아름다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피그말리온이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있는 조각상을 보자, 그 얼굴에 생기가 돌고 손을 잡아보니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자기의 입술을 처녀의 수줍은 입술에 대자, 그 처녀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받아들인다. 마침내 두 사람은 아프로디테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게 된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소원이 딱딱하고 차가운 돌조각을 사랑스러운 그리고 따뜻한 여인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버나드 쇼”는 이 신화에서 힌트를 얻어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을 발표하게 된다. 즉, 독신주의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가 빈민가의 꽃 파는 소녀를 교육을 통하여 6개월 이내에 귀부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기를 걸고 마침내는 그 소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희곡이다.

교육을 통하여 정성을 다하면 인간의 품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진정으로 피그말리온 효과는 인간들의 태도와 행동이 그가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으로서,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부부, 부모와 자녀, 동료와 연인 사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도 폭넓게 적용되는 현상인 것이다.

불국사(경주)에서 서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영지(影池)라고 불리는 저수지가 있다. 백제의 석공(石工)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슬픈 사랑이야기 - 석가탑을 세우려고 서라벌로 떠난 아사달이 영 돌아오지를 않으니 - 아사녀는 서라벌로 가서 남편을 만나려 했으나 만나지 못하자 연못에 빠져 죽는다. 저수지 한쪽에 문화재로 지정된 석불 하나 - 아사달이 아내 아사녀의 넋을 위로하려고 세운 것이라 전해진다. 우리 고장 익산에는 돌을 잘 다루는 사람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아사달은 손꼽히는 석수장이였으며 남편을 만나러 온 아사녀는 날마다 불국사 주변을 서성이며 지극정성을 다했다. 탑이 완성되기 전에는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스님이 “탑이 완성되면 요 앞 연못에 그림자가 비칠 것이니 낭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준다. 정성을 다하여 탑 그림자 비치기를 빌었지만 끝내 모습이 나타나지 않자 연못에 몸을 던진다. 그림자가 없는 탑, 즉 무영탑(無影塔)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전탑(塼塔), 일본은 목탑(木塔), 한국은 석탑(石塔)의 나라라고 말한다. 전란이나 화재에도 버틸 수 있으며 마한?백제의 오랜 세월에도 그 빼어난 솜씨와 아름다움을 유지해온 석탑, 미륵사지, 왕궁탑 등이 평강공주, 피그말리온, 아사녀의 정성과 격려로 익산의 희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