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익산경찰서장

공인행정사

김성중

익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직폭력배 30여명이 집단 패싸움을 벌여 경찰이 추적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께 익산시 동산동의 한 장례식장에서 익산시내 A폭력조직원과 B폭력조직원 30여명이 각목 등을 들고 패싸움을 벌였다고 합니다. 경찰은 A와 B조직 간부를 불러 싸움에 가담한 조직원들을 자수시키고 주차장에서 떼어간 CCTV 반납받는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많은 익산시민들이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폭력배는 이권과 이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 조직을 말합니다. 익산의 폭력조직은 총 6개 파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차장파, 구시장파, 대전사거리파, 삼남백화점파, 중앙동파, 역전파 등입니다. 특히 이들은 1980년대 왕성하게 활동했고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쳐 목포, 광주와 함께 익산을 호남지역 3대 조폭 도시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정부가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조직들의 세가 약해졌습니다. 현재는 이들 조직 대부분은 실질적인 활동은 잘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경찰 관리명단에 있는 조직원들도 이제는 명단에서 빠지길 원하고, 잦은 사고를 치는 20~30대 조직원들은 이른바 ‘추종’인원들로 명단에도 없는 이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익산은 일명 ‘조폭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을 살펴봐도 익산에서는 수차례의 조폭 관련 패싸움, 수천만원대 도박 사건, 오락실 투자금 갈취, 투자신탁회사 수십억 횡령, 천억대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조폭 관련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엉뚱한 발상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오명을 브랜드 삼아 우리 익산에 ‘조폭 박물관’을 세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첫째, 교도소 세트장의 교훈을 새겨봅시다. 익산시 성당면에 자리 잡은 교도소 세트장은 2005년 영화 '홀리데이'를 촬영하기 위해 익산시와 영화제작사가 손을 잡고 세웠습니다. 2005년 당시, 익산시의회는 “그러지 않아도 익산이 조폭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데 조폭영화를 찍는다면 익산시가 말려야 할 입장이 아니냐”며 예산삭감을 주장했었으나 주민들의 폐교매각반대로 다시 예산이 반영되어 시가 매입한 후 세트장이 추진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국내 유일의 교도소 세트인 익산시 성당면 교도소 세트장은 전국적으로 영상물 촬영지와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둘째,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교도소 세트장 옆에 전 세계에 두 번째로 조폭 박물관을 세울 것을 제안합니다. 일본의 야쿠자나 중화권의 삼합회, 이탈리아나 미국의 마피아가 성행했던 도시 중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조폭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조폭 문화에 대한 연구와 자료의 보존 및 전시는 물론, 그 폐해에 대한 청소년 대상 교육도 중요합니다, 교도소 세트장과 연계한 조폭 박물관은 그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입니다.

셋째,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현실의 조폭 문화는 이제는 박물관에 봉인하고 박제될 때가 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음성적이고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문화를 양성화시키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법을 통한 척결 의지라는 기반 위에 문화 수준의 상승으로 한 단계 앞서가는 가치관의 확립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보호,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수반한 조직범죄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고 존재하는 시점부터 조직폭력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오히려 조직폭력범죄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더욱 지능적인 형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폭력사건은 그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하여 강력한 사법 처리를 하여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조폭 박물관을 통한 문화적인 노력을 병행한다면 훨씬 멋진 우리 익산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