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우리는 지소미아(정보공유) 중단으로 맞대응, 이제 경제 전쟁의 시작이란다. 겨우 이해가 되는 것은 우리의 첨단기술이 일본에 크게 뒤져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것이다. 뭐가 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예술인들은 그 깊은 내용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특목고 평가 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반발 등, 반대로 우리지방의 두 학교는 재지정 평가를 스스로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 등이 현실이다. 혹자는 특목고가 명문대 즉, S대를 가기 위한 입시학원교육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평가절하 하기도 하니 아이러니하다.

4~5년 전 일본의 지방 무명 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하면서 지방대의 숨겨진 가치가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즉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는 지방의 야마나시대 자연과학과를 졸업했고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는 사이타마지방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또한 다음 해에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도쿠시마현의 도쿠시마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니 교토나 나고야, 도호쿠, 오사카대 등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를 낸 지방의 명문대와 달리 규모도 작고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지방대 출신이다. 그 이유는 연구 성과에 대한 압력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거꾸로 뛰어난 연구자들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 대학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면서 평생 한가지 일을 이어가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지방대의 노벨상 연속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이해가 간다.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카무라 교수는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기업에 취직해서 안정된 자세로 내가 하고 싶은 연구에 몰두했더니 노벨상을 받게 되더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일본의 오지인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현에서 출생, 초중고를 마치고 인근 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연구생활을 했다. 결론은 지방의 소규모 대학에까지 고르게 지원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비에 대하여 성과를 재촉하지 않는 연구 환경과 ‘세계 최고’가 아니라 ‘세계 유일’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이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지방대의 힘이 된 게 아닌가 한다.

오늘 우리는 누구인가? 오늘날 한국이라는, 익산이라는 실체를 구성하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언제나 현재보다는 미래가 중요한 사람들이다.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견디며 희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인생의 모든 시기는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잘 쓰였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위해 복속되는 기간이라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으로서 생활이란 없다. 대학의 준비단계로서만 존재한다. 대학은 잠시 대학생활이라는 시기를 갖지만, 곧 취직을 위하여 헌납된다.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해도 현재를 즐길 여유는 없다. 승진하려면 더 많은 성과를 내야하고 닥쳐올 결혼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결혼 후에는 출산, 출산 후에는 교육, 교육의 차세대 바퀴가 시작된다. 그리고 노후 자동차나 부동산을 살 때에도 나중에 팔 때의 가치가구매결정의 1순위 기준으로 작용하고 미래의 그림자가 너무 큰 나머지 현재를 완전히 집어먹어 버린다. 우리는 지금 압도적인 미래의 나라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얽매이다보니 현실은 딴판이다. “세상은 고수들에게는 놀이터고 하수들에게는 지옥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분야가 불안하다. 특히나 청년 일자리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100% 동의하기 어려우니,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 느낀다. 취업상담을 하는 업체들의 이야기는 작은 회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요즈음 대학생이란다. 더구나 지방이면 절대 가지 않는단다. 학벌이나 실력에 따라 차등의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피나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눈앞의 즐거움을 희생해가며 도서관을 들락거린 애들에 대한 모욕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듯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의 기이한 현실에서 단지 4년제를 나왔다는 이유로 좋은 일자리만 고집한다면 거울을 다시 보고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