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림이 어수룩하면 백성은 순박하고, 다스림이 꼼꼼하면 백성은 일그러진다. 화는 복이 기대는 곳. 복이여, 화가 네 속에 엎드려 있구나.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바름도 그름도 따로 없다. 바른 것이 다시 삐뚤어짐이 되고 좋은 것이 다시 요망함이 된다. 사람의 미혹됨이 참으로 오래되었구나. 그러므로 성인은 반듯하되 남을 해하지 않고, 청렴하되 남을 상하게 하지 않고, 곧되 뻗대지 않고, 스스로 빛나되 눈부시지 않는다.』

윗글은 노자 『도덕경』의 일부로 ‘가만두는 정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보통 생각으로 정치란 똑똑한 제도와 기구와 조직과 행정체계 등을 통해 물샐 틈 없이 다스려 나가는 것이라 여기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가지고 있던 본래적인 순수성이 사라져 서로 더 잘 되고 더 높이 오르겠다고 경쟁하고 시기질투하고 치고받고 하는 사회로 치닫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다스리는 자가 있는지 없는지 할 정도로 밋밋한 ‘정치 아닌 정치’가 있을 때 사람의 본래 성품이 손상되지 않고 건강한 사회가 이룩된다는 것이다.

또 화라고 생각되는 데서 복이 나오고, 복이라고 생각되는 데에 화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사태를 절대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미혹된 상태, 상식적이고 표면적 지식을 근거로 하여 판단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절대화하는 미혹의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가? 이런 상태의 사람은 양극의 일체를 체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