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다와 강가에는 괴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흔히 보는 고기나 조개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물을 얻게 되면 비바람을 일으키며 하늘을 오르내리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을 얻기 전에는 그런 힘을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물과의 거리는 겨우 한 발, 두 발, 한 자, 한 치 사이밖에 안 됩니다. 높은 산과 언덕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넓은 길과 험한 곳이 가로놓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른 땅에 있으면서 제 힘으로 물에까지 가지 못한다면 수달피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습니다. 만일 힘이 있는 사람이 그 딱한 모습을 가엾게 여기어 물까지 끌어다 줄 생각을 한다면 아마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겨 놓는 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윗글은 한유의 작품 중 ‘과거에 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글’이란 작품으로 이것은 한유가 관직에 오르기 전에 이부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나서 한 고위 관리에게 보낸 편지이다.

이 편지에 일거수일투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의미는 은근히 자기를 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한유는 중당의 대유학자요 문장가이며 고문운동의 지도자로 벼슬이 이부시랑에 이를 정도로 관계에도 발을 깊숙이 놓았던 인물이다.

그는 산문가답게 시를 산문화하였고, 비정상적인 장법과 운법에 능했으며, 기괴한 글자나 편벽한 글자도 마다하지 않은 이단자였지만 시험에 거듭낙방하자 관리자에게 부탁의 글을 보낸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란 손을 한 번 들고 발을 한 번 든다는 말로 행동 하나하나를 뜻하지만, 요즈음은 의미가 좀 변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