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운전하고 움직이는데 먼 곳의 산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이 뿌옇다. 사무실에 들어와 검색해보니 글 쓰고 있는 1월 18일 오후 현재, 익산의 통합대기는 매우 나쁨으로 수치는 301, 미세먼지는 나쁨으로 수치는 139 ㎍/㎥,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으로 수치는 105 ㎍/㎥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부의 초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은 연간평균치 25μg/㎥ 이하, 24시간 평균치 50μg/㎥ 이하다. 미세먼지(PM10) 기준은 연간평균치 50μg/㎥ 이하, 24시간 평균치 100μg/㎥ 이하다. 통합대기가 매우 나쁨일 때는 실내 환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노약자와 호홉기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실외활동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다.

미세먼지 나쁨일 때는 황사마스크를 필수로 써야 하고,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환기는 가급적 자제하라고 되어 있다.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일 때는 황사마스크 필수이고 실외활동 자제해야 하며, 단축수업 또는 휴교를 검토해야 하며 환기를 자제하라고 되어 있다. 예보대로라면 오늘 같은 날은 황사마스크를 쓰고 환기와 실외활동은 자제하며 특히 노인과 허약자,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보호대책이 필요한 날인 것이다. 하지만 거리에 황사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기 쉽지 않다. 단축수업이나 휴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없다. 당장에 환자나 나오는 것이 아니니 대책이 느슨한 것인데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싶다.

초미세먼지는 눈과 호흡기관, 순환계, 면역계 등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입자가 작아 코점막이나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으며 계속 흡입하면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폐포와 연결된 모세혈관으로 들어간 초미세먼지로 혈관이 손상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식도를 거쳐 소화기관에 들어가면 소화기 장애가 발생하거나 눈의 표면에 붙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각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초미세먼지는 익산에서 특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인 마부작침에서 2016년 기준 전국 최미세먼지지도를 만들었다. 전국기준으로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광역단체는 전북지역이고 가장 심각한 기초단체로 익산시가 1위를 차지했다. 정말 우울한 현실이다. 익산시가 왜 초미세먼지 심각지역 1위일까? 공장, 자동차, 황사, 새만금 등이 거론된다.

전국 1560개 사업장의 배출 오염물질 40만톤중 전북은 7000톤으로 1.7%에 불과하다. 자동차도 수도권에 비하면 많지 않다. 황사가 전북에만 오는 것도 아니다. 눈에 띄는 건 새만금발 미세먼지이다. 새만금호에서 말라버린 갯벌과 매립지에서 강한 서풍을 타고 막대한 먼지바람이 생기는 것이다. 지도를 보면 새만금 매립지의 위치는 전북의 정 서쪽에 방파제처럼 버티고 서있다. 강한 서풍에 일어나는 새만금의 먼지바람은 전북지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방송영상을 보면 강한 서풍에 큰 사막의 모래 바람처럼 뿌옇게 일어난다. 새만금은 여러 각도에서 화두이고 숙제이다.

새만금 용지조성에 필요한 총 매립토량이 약 7억m³인데 새만금호 내에서 5억m³를 준설 조달할 계획이다. 매립토가 부족하다 보니 새만금호에서 막대한 양을 준설해서 쓰고 있는데 강하구에 쌓인 흙이다 보니 소미립토사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도 새만금의 준설토가 익산 초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현재와 같은 매립 속도라면 앞으로도 최소 10년 또는 20년을 더 할 터인데 그동안은 익산시민들이 초미세먼지의 습격을 계속 받아야 하는 것인가? 익산시민들은 전라북도와 정부에 새만금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대책이 빨리 세워지지 않는다면 대기오염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라도 해야 될지 모르겠다.

기왕 새만금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깊이 살펴본다면 대선 때마다 단골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수십 년을 이어온 새만금사업에 대한 비판적 대안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예산확보와 매립에 집중하는 것이 향후 장기적으로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서 전북에서 주도적인 대안검토를 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전북도에서 제출한 새만금 개발요구를 비판적 검토 없이 그대로 발표했다. 현실성 있는 비판적 문제제기는 무시되었다. 2020년까지 3급 담수화 목표를 위해 수 조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수질은 더 악화되고 있다. 새만금호에서 매립토 준설을 계속할수록 수질은 더 악화되고 먼지바람은 확산될 것이다. 담수화를 위해 어업 손실이 매년 1조원 가까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협력용지 예정지는 단단한 기반이 수심 30~40m 아래 있어서 매립 후 국제협력용지 조성이 쉽지 않다.

산업용지에 기업들의 참여유인이 과연 있을 것인가? 결국 지금처럼 계속 새만금호 준설토로 매립을 진행하면서 익산시민들이 초미세먼지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장밋빛 미래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대안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산확보와 매립만이 능사가 아니고 새만금을 전북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궁극적인 대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광범한 재생에너지단지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집약되고 시험되는 스마트시티를 규모 있게 계획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조건을 보장해주고 미래 산업의 동력을 새만금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약과 환상을 넘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대안검토의 공론장을 함께 열어야 한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준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