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금년 겨울이 몹시 추워서인지 사람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봄을 재촉하는 마음도 유난한 것 같다. 며칠 전에 입춘이 지났으나 여전히 추운 날씨다. 그러나 세월은 그 누구도 이겨낼 장사가 없다고 하였던 것처럼 이제는 봄이다. 봄이 오는 것처럼 평화가 오기를 바라지만 평화는 공짜로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혹독한 겨울처럼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한반도에 불어온 올림픽 바람은 한반도 평화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봄이 되면 매화꽃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아닌 평화가 안착되기를 바라면서 2월 9일 개막된 평창 동계올림픽이 따듯한 봄처럼, 평화가 안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평창이라는 땅이름을 보니 평(平)화가 정착돼 우리나라의 번창(昌)으로 이끄는 그런 지명이라고 하니 올림픽을 기해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해 보게 한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단절상태였고 한반도에는 전쟁위기설이 가시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제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하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으니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크게 기여하기를 바라는 생각이다.

지난 날,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남북선수단이 아리랑 반주에 맞춰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12만 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코리아에 환호를 보내는 모습을 TV중계를 통해 시청한 국민은 감격했다. 18년 전 시드니 하계 올림픽의 추억이다. 그 이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했고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호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인 로켓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한다.

그러다보니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 연속되었던 것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평화를 담보로 하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온 힘을 기우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평창올림픽 하루 전날에 북한 건군절 열병식을 평양에서 개최하여 군사대국의 위엄을 세계에 과시했다. 국제사회와 미국은 평창 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남북대화를 환영하면서도 경계심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에 참석한 일본 총리 ‘아베’도 평창올림픽에 왔지만 속으로는 위안부 문제와 독도문제로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가 비핵화와 평화로 발전하기를 진정 희망한다면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린다고 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화는 그렇게 값싸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동안의 진행사항을 보면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의 의도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는 딴판으로 갈까봐, 노심초사하는 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속사정이다. 3월초에 잡혀있었던 한·미 연합 훈련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이 올림픽 이후로 연기되었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2022년까지 병력규모를 62만 명에서 50만으로 감축하고 복부기간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북 핵미사일에 흔들림 없이 국방을 책임지고 지켜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에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계기삼아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 비핵화의 발판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선전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북 핵 평화론’ 소위 ‘핵 있는 평화론’을 들고 나온 북한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핵 있는 평화란 존치할 수 없음을 우리는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1978년부터 계속된 4월 25일 건군절을 2월 8일로 바꾼 것은 우연으로 볼 수만은 없다. 열병식에 5만 명이 동원되었고 신형 미사일도 선보였다고 한다. 북에서 온 삼지연 관현악단공연은 2월 8일 강릉 아트센터와 2월 11일 서울 국립 극장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개막식 전날에는 평양에서 건군절 열병식이 강릉에서는 북한예술단 공연이 열리는 모양새다. 올림픽 전야가 북한의 축제마당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 본토 핵공격 위협이 고조되는 판에 올림픽이 북한의 선전 무대로 변하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이 생길까 조바심을 갖게 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 정보국장은 북한은 김정은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핵미사일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갖추는 게 북한의 행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방법을 찾을 것을 지시하고 미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일련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냉엄한 안보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보위기의 본질은 북한의 핵무장이다. 북한의 실세인 김여정이 평창에 왔다고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남북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사실이다. 북의 평화공세에 정신이 팔리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