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시작된, 한일 양국의 성장은 뒤처지고 중국 기업의 성장만 돕는, 일본의 ‘승자 없는 경제보복’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2018년 대법원은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과 함께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했다.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는 상대국의 삼권분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WTO의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국과 신뢰관계 훼손’,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 발생’의 이유를 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급소부터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여기에 아베는 최근 느닷없이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설을 꺼내들고 있다. 전략 물자 수출 우대 조치를 해주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향후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권의 경제 보복에 대해 일본 언론까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음에도 일본 정권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7월 말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세력 결집을 통한 자민당의 압승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베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줄곧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범국가에서 벗어나려는 야욕을 들어냈지만,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어 왔다. 그러나 집권당이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로 힘을 얻는다면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한국과 과거사 문제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이다. 전범국가에서 벗어나려는 아베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과거사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아베 정권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이기에,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경제 보복을 통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는 한편, 향후 한국과 피할 수 없는 협상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재팬패싱’이 현실화된 한반도 정세에서 자신들의 입김을 행사하려는 의도이다. 현재 아베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자는 구애를 끊임없이 펼치고 있지만, 북한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다자간 협상 대신 북한과 일대일 협상을 선호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아베의 설 자리는 전무한 상태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대북 제재 문제를 의도적으로 경제 보복에 끌어들인 것도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명분을 쌓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들로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을 그치지 않고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사실상 장기전 채비에 들어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분간 일본의 보복 조치를 버텨낼 정도가 된다는 우리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을 믿고 ‘외교적 해결’ 원칙 속에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겠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에 이 같은 뜻을 전하며 ‘탈 일본’을 제안했다. 기분 같아서는 끝장대결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침착한 대응이 다행스럽다. 지금은 반일을 넘어 지혜로운 극일(克日)이 필요할 때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무엇보다 지도자와 국민들의 단합이 중요하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분열의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웠다. 일본이 경제 보복을 가해온 지금 일본여행을 간다고 해서 친일파도 아니고,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서 빨갱이도 아니다. 일본여행은 선택의 자유이고, 불매운동 역시 개인이 보복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 정치의 역할은 영화 ‘명량’의 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역량도 더 이상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국정농단의 대 혼돈 사태에서도 지극히 이성적으로 촛불혁명을 완수한 주체다.

그동안 우리가 만년 대일적자를 못 벗어난 것은 능력보다 의지의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일을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아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취약한 산업 구조와 높은 대일 의존 극복 등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고도의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단기간에 국산화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할 극일(克日)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