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이 또 다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을 결정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말도 안 되는 경제보복을 자행 중이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망동에 다름 아니다.

일본이 내세우는 보복 논리는 간단하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으니 우리나라가 국가 사이의 조약을 파기했고,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일본산 전략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체코·폴란드 등 과거 공산권 국가보다도 일본의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한일청구권협정이 피해당사자의 배상청구권을 구속할 수 없음은 우리 대법원뿐 아니라 일본 법조계에서도 큰 설득력을 갖고 있다. 부품·소재 등 전략물자 관리와 관련하여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2018년도 순위를 보면, 한국 17위 일본 36위로 오히려 일본의 관리실태가 부실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 이면에는 일본의 다른 속셈이 있다.

일본의 도발 배경은 크게 남북 평화기조 정착 방해 및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 저해를 획책하여 우리나라의 부상을 막음과 동시에, 이를 기화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것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전범(戰犯)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죄 및 배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냉전과 한국전쟁 및 베트남전쟁의 과실을 따먹으면서 성장했다. 작금의 일본은 역사적으로 국제 평화와 협력보다는 긴장과 갈등 구조에서 국력을 키운 섬나라의 더러운 근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이런 속성은 태평양전쟁 때 미국 국무성의 연구과제로 <국화와 칼>을 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통찰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베네딕트는 전체로서의 일본인에게 다른 문화권에서 볼 수 없는 극단적 양면성이 있음을 찾아냈다. 베네딕트의 지적을 살펴보자.

근본적으로 일본인에게는 ‘각자가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라는 관념이 있다. 명치유신 전까지 오랫동안 유지된 봉건제도 속에서 일본인에게는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욕구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는 관념이 박혀 있다.

국가의 상징적 존재인 일왕을 정점에 놓고 소수의 무사들이 총칼로 국가를 운영하며, 절대 다수의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사회적 전문성을 극대화시키면서 국가·사회·집단·가정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철저히 계층화된 구조는 극단적인 의무 이행과 철저한 자기 포기를 요구하는 일본 특유의 도덕률로 귀결된다. 대신 사회적으로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만 다하면 자기의 쾌락 및 이익 추구에 대해 관대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일사불란하면서도 추악한 향락문화가 뿌리내린 일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베네딕트는 이런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있고, 유순하면서도 귀찮게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는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그들의 병사는 철저히 훈련되지만 또한 반항적이다.”

<국화와 칼>로 대변되는 일본인의 속성을 볼 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및 현재 진행 중인 일본의 망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인다. 즉 개인의 양심과 지성이 지도층의 방향에 쉽게 매몰되는 국가사회라는 것이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극소수 파워 엘리트의 국정 방향에 따르는 개인은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후진성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대의명분과 보편적 정의보다는 힘을 좆는 일본인의 속성을 보면, 일본을 다루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일본은 보다 힘이 약한 국가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오로지 무력, 경제력, 외교력, 국민적 의지 등을 통해 일본과 일전을 벌일 수 있다는 증명을 할 때에만 그들을 대등한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힘을 증명할 방법은 적지 않다. 당장 일본산 불매운동부터 부품·소재의 수입선 다변화 및 지속적 국산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대책 촉구, 주요국에 대한 국가 및 민간 외교역량 강화, 획기적인 남북협력체제 구축 등 우리나라가 쥐고 있는 패도 많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1997년 일본의 단기외채 연장 거부 등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또 다시 겪을 정도로 허술한 상태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사는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 이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미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한일 분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 또한 공평한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맹방이 아니다. 먹고 먹히는 정글과 같은 국제 외교 및 교역 관계에서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이 스스로 일어설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틀을 짤 때다. 나라 사이의 공정한 관계는 힘에서 나온다. 온 겨레의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켜 대한민국이 일본을 넘어 세계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제2의 광복운동을 전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