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김 현 철

얼마 전 국가사업과 관련하여 익산시 공무원 몇 분과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다. 그분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의 틀로 추진전략을 수립해야 함에 지역 내 발표서부터 현장 실사까지 필자가 관여해 왔기 때문에 사업의 추진에 대해 이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을 이야기 나누었고 가장 중요한 과업과 세부사업의 우선순위, 그리고 확산될 수 있는 사업의 분야 등 광범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사회적경제’의 정의가 무엇이고 ‘사회적’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난 본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구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돌이켜 기억해보니 사업관련 회의 때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도 받는다. 전에는 사회적경제가 대두된 배경과 시장자본주의의 시장실패를 설명하고 따라서 ‘사람중심’, ‘살의 중심’으로의 복원, ‘배고픔’을 상품화 하지 않는 것, ‘생’과 ‘삶’을 돈벌이 수단으로 하지 않는 것 등 약 5분에서 10여 분 넘게 피를 토하며 장황하게 설명했었다. 그러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당시 무엇인지는 이해는 하지만 머릿속에 명쾌하게 남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모호한 이미지 형태로 남는 듯하였다.

이제는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 내 지식구조와 타인의 지식구조가 다르고 따라서 연쇄적으로 활성화되는 연상지식이 다르니 그 개념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유된 지식구조 내에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이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정치, 문화, 제도, 종교, 교육, 문화, 경제 등이 시스템적으로 돌아간다. 즉 이들은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 존재하는 구성요소이고 그들의 역할 또한 그렇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경제가 모두인 세상에 살고 있다. 사회생활을 경제활동을 시작한 시기부터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꿈을 이야기 할 때 경제적 수입이 이루어지는 직업을 이야기 한다. 사회적경제는 경제가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되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농업 등 ‘사회적’이 붙는 것에 대한 설명이 명쾌해진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가 지속가능하도록 기업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으로, 그리고 사회적 농업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농업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은 기업이 가장 잘 하는 ‘경영’이라는 것을 통해 환경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사회적 농업은 농업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치료하고 돌보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필자는 청년 창업자들의 비즈니스모델 관련 강의나 퍼실리테이션을 할 때 사회적경제조직으로의 창업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비즈니스모델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법이나 제도적인 것을 벗어나 사회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비즈니스조직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하며, 이러한 고민을 비즈니스모델에 담아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모델 수립에 있어 가치사슬을 ‘사회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합규범성 (leg itimac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에는 ‘실용적 합규범성’과 ‘사회적 합규범성’이 있다. 전자는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을 제공하는 등의 ‘소비자의 부’를 극대화시킬 수만 있다면 모든 경영활동들은 정당화된다는 것에 비해, 후자는 생산, 마케팅, 재무, 인사조직 등의 경영활동이 사회의 지속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에게 좀 더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든지, 불공정한 공급거래가 이루어진다든지 등 사회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경영활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가치사슬이란 ‘사회적 합규범성’ 측면에서 설계되어야 하며, 여러 경영기능들은 사회적 지속성에 위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정책, 제도 등 그 무엇에 ‘사회적’이라는 것을 붙인다는 것은 그것의 시행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사회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필자는 경제에 ‘사회적’이라는 것을 붙이는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주변의 여러 활동들 즉, 의료, 복지, 예술, 종교 등에 ‘사회적’이라는 것을 붙이는 운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과 제도에 ‘사회적’이라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때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