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6,470원보다 16.4％ 오른 시급 7,530원(209시간, 월 157만3,770원)으로 확정했다. 근래 들어 최대의 상승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한계 사업장들은 사업 지속성의 어려움이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당대표들과 회동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1년 시행해보고 그 효과를 평가해보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의미와 그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누구든 노동을 제공했을 때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의 최저선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요한 기준은 최저생계비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재판소가 1906년에 선언한 '하비스터 기준'(Harvester Standard)에 의하면 '문화 사회에서 생활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해야 할 평균 노동자의 통상의 필요'를 고려하고 '합리적 오락'이 가능한 5인 가족의 미숙련 노동에 소요되는 최저 수준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한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최저생계비는 3인 가구 기준 1,456,366원이고, 4인 가구 기준 1,786,952원이다. 대한민국 청년이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키울 경우 3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456,366원인데, 매일 8시간을 일해서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 1,352,230원의 월급을 받게 되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실업률도 높은데다 최저임금도 낮으니 삼포세대, 오포세대가 되는 현실인 것이다. 3~4인 가구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충족해야 말 그대로 임금소득으로 아이 키우고 사는 사회 재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저임금은 인권의 경제적 최저 기준이다. 인권의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최우선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기준선인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목전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말이다. 또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의 최저임금은 생계를 위한 소비를 늘리게 되고 생산 확대를 유발해서 내수확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효과가 기대된다. 소득주도 성장, 사람중심 국민 성장시대로 가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460만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대책이다. 저임금과 실업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도 많은 현실 때문이다. 독과점 대기업 중심의 성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확대해왔고, 부의 편중과 일자리 부족 상황은 한계영세기업의 양산과 자영업의 과대한 팽창으로 이어졌다. 구조적인 악순환이다.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는 경총의 목소리는 병 주고 약 주는 밉상으로 논평가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대책을 잘 세워야 최저임금 상승의 선순환 효과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표명했다. 정부는 상시 고용인원 규모가 30인 이하인 사업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폭 중 최근 5년 평균 인상률(7.16%)을 웃도는 9% 인건비 인상분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직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더해서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부가세 등 세금 부담 완화, 금융채무 부담 완화 및 재 창업 지원, 안정적 임차 환경 조성, 가맹점/대리점 보호 강화,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영역 확보, 대규모 점포 입지/영업규제 강화,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애로 해소, 과당경쟁 완화 및 재도전 환경 조성, 경쟁력/자생력 제고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의 경제적 효과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목전의 어려움은 당장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고 저임금에 기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확대와 저성장의 악순환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을 내일로 미룰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기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야 지속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최저임금의 사각지대 문제이다.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2016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28.1%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즉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313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가운데 16%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 개개인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신고해 사법처리된 경우는 2012년 360건에서 2016년 896건으로 늘었다.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대형마트, 편의점, 패스트푸드 등의 사업장 10곳 중 8곳 가량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가 크지만, 제대로 현장 단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넣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제도적인 사각지대, 관리감독 부실로 인한 불법적 사각지대, 임금 항목 조정을 통한 편법적인 사각지대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상승을 통해 소득 주도성장형으로 선순환하고 최소 경제 인권의 선을 향상하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의 확산과 사회적 합의, 고통분담과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