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장차 청산에 들어 白雲에 누우려고 하느뇨. 어찌 스스로 호하기를 그렇게 하였느뇨” 하고 말하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니오, 백운은 내 그리워하는 바다. 그리워하면서 배우면 그 實실은 얻지 못하더라도 아마 그 언저리는 갈 것이다. 그 구름이라 하는 것이 용용溶溶하고 한가롭고 산에 걸리지도 않고, 하늘에 매이지도 않고 표표하게 떠다니며 형적이 구애됨이 없다. 경각에 변화하여 끝간 줄 모르고 유연히 퍼지매 군자의 나오는 것과 같고 염연히 거두어 高人이 숨는 것과 같다. 비를 내려 한旱을 살리니 인仁함이요. 오래 머무르지 않고 가매 연연하는 바도 없으니 통함이다. 구름빛의 청황적흑색은 구름의 정색이 아니다. 오직 흰빛만이 빛이 없으니 구름의 상색常色이다. 덕이 이미 저와 같고 색이 또한 이 같으니 그리워하여 배우고자 하노라. 나오서는 물物을 윤택하게 하고 들어서는 마음을 허하게 한다. 그 흰 곳을 지키고 항상 오묘한 이치를 깨우친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 구름이 내가 되고 내가 구름이 됨을 알지 못하겠노라...”

<이규보의 『백운거사 어록』중>

윗글은 호를 백운거사라 한 연유를 적고 있다. 이규보의 아버지 이윤수는 당시 지방에서 개경으로 진출해온 사람으로 가계도 관위도 대단치 못한 처지였으나 일정한 토지와 노예를 소유하여 새로운 사회 조건에 적응하면서 전진할 기빈 닦아놓았다.

이규보는 유불선 삼교에 대하여 청년시절부터 남다른 소양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는 문장을 한 번 읽으면 바로 기억하고 시문을 짓더라도 옛사람의 투를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