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이리 같더라도 오히려 약해질까 염려스럽고, 딸은 쥐 같더라도 오히려 범 같아질까 두렵다” 『내훈』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관념이 유전되어 딸을 낳으면 순할 순(順)자를 넣어 이름을 짓고, 또 딸을 낳으면 또순이라고 지었다.
악처 하면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가 떠오르고, 동양에서 무서운 아내 하면 역시 한나라 고조의 비 여태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뒷골목의 주정뱅이 건달이 장인의 눈에 들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후궁 척부인을 유달리 총애하자, 질투와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여태후 여치는 척부인의 눈을 도려내고 귀를 지지고 약을 먹여 벙어리를 만들고 손발까지 잘라 골방에 가두었다.
이를 본 태자 혜제가 이게 무엇이냐고 묻자 여태후가 말하기를 황제와 자리를 못살게 군 사람 돼지라고 했다. 어머니의 잔인무도함에 삶의 의욕을 상실하여 1년간 병석에 드러누었다.
조선의 악처를 보자면 중종 때 허지의 아내 유씨가 있다. 당시 사헌부의 기록을 보면, 투기가 한번 발동하면 남편을 때리고 욕을 하면서 죽기 살기로 덤벼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볏짚으로 인형을 만들고 허지라고 이름을 붙여 팔다리를 끊어 놓고 계집종들로 하여금 축하하게 하고 남편이 사신으로 나갈 때에는 남편이 죽어 상을 치르는 흉내를 내었고, 이웃집 수탉이 암탉을 쫓아서 담장을 넘어오자 죄를 따지면서 “네 집에도 암탉이 있을 텐데 또 이웃집 암탉을 쫓아다니니 이것도 허지 같은 놈이다”하고는 깃털을 뽑고 사지를 찢어 죽였다고 한다.
또 군자감 판관 신수린의 아내 성아기도 유씨 못지않다. 처가의 힘으로 출세한 신수린의 아내 성씨는 남편이 한눈을 팔아 계집종과 관계를 맺자 종을 마구 두드려 패고, 돌로 입술과 이를 짓이기고 인두로 지져 결국 죽게 한 뒤 시체를 거적에 싸서 남편 앞에 내보이며 악을 부렸다. 이 일이 발각되어 조정이 시끄러워졌고 결국 성씨는 치욕스럽게 홑옷을 입고 장 60대를 맞는 처벌을 받았다. 요즈음에도 매 맞는 남편의 이야기가 간간히 들린다. 죽기 살기로 덤비는 데는 힘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함께 미치지 않고서는 어찌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