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강현면에 위치한 낙산사는 강화 낙가산 보문사. 남해금산 보리암과 함께 3대 관음성지로 『삼국유사』에 창건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의상법사가 처음 당나라에서 돌아와 관음보살의 진신이 바닷가 굴안에 거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낙산이라고 하였다. 대개 서역에 보타락가산이 있고, 이는 소백화라는 뜻인데 곧 백의대사의 진신이 머무른 곳이기 때문에 이 이름을 빌려 지은 것이다.

의상이 재계한지 7일만에 좌구를 신수위에 띄웠더니, 용천팔부가 시중을 들며 굴 안으로 인도해 들였으므로 공중에 예를 올렸다. 그러자 물에서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내주므로 의상이 받고 물러나오는데 동해의 용왕 또한 여의주 한 개를 바치므로 법사가 받아가지고 나왔다. 다시 7일동안 재계를 하자 진신의 모습이 나타나 말하기를 “네가 앉아 있는 산꼭대기에 쌍죽이 솟아날 것이니, 마땅히 그 곳에 전을 지어야 한다” 라고 하였다. 법사가 듣고 굴에서 나오자 과연 땅에서 대나무가 솟아나므로 이에 금당을 짓고 소상을 안치하니, 원만한 용모와 아름다운 자질이 엄연하여 하늘이 낸 것 같았다. 그 대나무가 다시 없어져서 바로 진신이 머무른 곳임을 알았으므로 그 절의 이름을 낙산이라 하고, 법사가 받은 두 구슬을 성전에 진안하고 떠났다.」

의상이 관음을 천견했다는 동굴의 위치는 낙산사 홍련암 마루 바닥의 바로 아래로서 해안가의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매우 위태로운 곳이다. 그렇다면 법사는 어찌하여 이런 동굴 속으로 이끌림을 받았을까? 그 당시의 동굴은 우리 토착 여신들의 성소이자 여성적 종교의 성지였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자궁으로 상징되었으며, 모든 생명체에 생명을 주기도 하고 죽음을 주기도 하는 신격, 즉 어머니의 여신의 성소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동굴은 하늘의 신과 바다의 신이 자신들의 가장 귀한 보물구슬을 이 동굴의 여신에게 갖다 바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의상은 이러한 동굴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해서 우리 땅의 여신들이 태어나고, 머물렀던 동굴 속에서 신라의 관음보살이 재탄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