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발의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한 적이 있다. 석 달 동안 깁스하고 목발을 집고 다니면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신체의 일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든 언제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다.

살아가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는 후천적 장애인이 선천적 장애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 노인이 되면 노화현상으로 말미암아 신체적인 장애가 발생한다. 얼마 전 65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겨 이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2025년 정도면 65세 노인이 20%를 넘기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산부를 비롯해 아이들의 이동권도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장애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이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오늘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헌법 제 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군사독재시대의 헌법은 만든 사람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의 시민민주주의 시대인 오늘은 국민들이 헌법의 주인이 되었고, 실천의 문제, 실현의 문제가 되고 있다.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여자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한 노력의무, 사회보장에 노력할 의무, 노인과 청소년에 대한 복지정책 실시의무,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등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 조항은 명백하고 구체적이다. 이에 근거해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전라북도의 지방정부들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며칠 전 군산시청 브리핑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어렵게 모였다. 기막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프거나 급한 사정이 생겨 콜택시를 요청하면 하루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고 놀고 있는 택시가 있는데도 보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급한 사정을 얘기하면 미리 예약 안 했다고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한다. 아픈 것도 예약할 수 있는가? 택시비도 일반 택시비의 절반정도를 부담시키고 있었다. 콜택시 운전기사들을 업무 외에 불러내서 사유지에서 노동을 시키고 콜택시를 위탁회사 운영자가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중증장애인 한 분은 택시가 없어서 전동차를 타고 도로를 이동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본인이 직접 증언했다. 지방보조금 유용과 콜택시기사 채용과정의 비리도 증언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야간 통행금지 폐지하고 24시간 운행하라’ ‘제한적 주말운행 즉각 폐지하고 장애인 종교의 자유 보장하라’ ‘위탁업체가 운영하며 온갖 부정비리가 발생하였는데 또 직영안하고 위탁하실건가요?’‘지금 이 지경까지 교통행정과 공무원들은 관리감독안하고 대체 뭘 한겁니까?’ 기가 막히고 부끄러운 일이다. 인구 15만 포천시의 경우 시가 직영하면서 내년에 법정 콜택시(1급, 2급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의 수인 현재 11대보다 2배로 콜택시를 증차한다고 한다. 전주시의 경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해서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야간 및 공휴일 등은 이용률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전주시민만이 아니고 출발지 또는 목적지가 전주시일 경우 전국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이용요금은 시내버스 요금의 두 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시외의 경우에도 시외버스 요금의 두 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군산시 1급, 2급 중증장애인들이 전북도청을 다녀와야 할 경우 군산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 5만원 정도, 전주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 1만 5천원 이하로 이용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또 임산부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나 3급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의 폭을 넓혔다.

익산시는 어떠한가? 전북 14개 시군중 11개 시군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근거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일반에 대한 조례를 통합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군산 익산 정읍시만 예전의 장애인 콜택시 조례를 유지하고 있다. 익산은 법정 최소 대수인 19대, 군산은 17대를 운영 중이고, 비용은 일반택시요금의 절반이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주말은 금요일에 사전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용 현황은 월별로 1354건 ~ 1729건 정도이다. 익산시의 교통약자들에 대한 이동권 보장은 어떤 수준일까? 익산시의 교통약자들은 존중받으며 필요할 때 제대로 이용하고 있을까? 군산시 중증장애인들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