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지난 주 주간소통신문에 “지역 문화예술이 관광이다”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에서는 완주군의 삼례문화예술촌과 전주시의 팔복예술공원 등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례가 소개됐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익산의 관광산업 발전방향을 고민해온 주간소통신문의 노력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주간소통신문의 기존 기사들을 살펴보면, 관광 등 소프트 파워 구축에 대한 주간소통신문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구술사를 찾아서>, <익산의 길을 따라 소통하다>, <향토산업의 영광을 찾아서>, <도시와 비전>, <익산 만인보>, <익산의 골목상점> 등 기획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 발전의 방향을 역사의 역동적 재해석에서 나오는 익산만의 어메니티(amenity) 차원에서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에서 익산 관광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주간소통신문의 관점은 오랜 통찰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광(觀光, sightseeing)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니, 관광의 3요소는 자연환경, 생활방식, 문화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이 3요소가 없을 리 없겠지만, 그 이질성과 차별성이 클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는 것만은 만고불변의 이치다.. 따라서 관광을 산업화하려면 3요소 중 특장점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인프라를 개발한 후 다른 요소들과 연계하여 확대해야 한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익산에 유인할 수 있는 이질성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시인 나태주가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한 것처럼, 익산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익산이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익산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잠깐 지나가게 되는 외지인들에게 이 땅이 어떤 이질적이고 차별적인 감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아직은 이름 모를 풀꽃에 불과한 익산의 관광도시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익산만이 줄 수 있는 자연환경의 감동과 생활방식의 독특함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이를 자연과 생활방식 등과 무궁무진하게 연계할 수 있다고 본다. 바로 장구한 역사 속에서 피고 진 익산의 문화와 예술이 그것이다.

경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된 익산은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다. 미륵사지 및 왕궁리 유적 등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임은 물론이고, 호남우도농악을 대표하는 이리농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고조선-마한-백제-보덕국(고구려의 일맥)의 중심으로써 2천년이 넘는 역사를 담고 있는 익산, 그 속에서 문화와 예술이 꽃피지 않았을 리 없지 않겠는가?

그뿐 아니라 익산에는 불교(숭림사), 천주교(나바위 성당), 개신교(두동교회), 원불교 총부 등 4대 종교의 성지가 있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종교사상의 다양성이 펼쳐졌다. 시 중심가와 춘포면에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유산과 함께 문용기 열사 등이 일제에 항거한 충혼 또한 자리 잡고 있다. 비옥한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국가의 흥망성쇠와 사람들의 희노애락에 관한 이야기가 익산처럼 씨줄 날줄로 촘촘하게 짜여진 도시가 흔치 않다.

이런 엄청난 역사문화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관광 상품 하나 제대로 없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KTX와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어 접근성 또한 그 어느 지역에 뒤처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역사회가 역사문화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관광산업을 5고(보고, 놀고, 먹고, 사고, 자고)가 유기적으로 엮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핵심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대도시처럼 다양성과 중심성 자체로 사람들을 유인할 수 없는 익산에서는 역사문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조성될 백제역사문화벨트를 중심으로 예를 들어보자. 신비로운 해상왕국이라던 백제의 모습을 유적과 함께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로 보여주고, 백제의 문화를 찾아서 전통적 방식과 현대 첨단기술로 즐길 수 있게 하고, 백제의 전통음식을 복원해보고, 백제양식의 예술품을 사게 하고, 백제식 주거형태에서 잘 수 있게 한다면? 백제를 넘어 고조선, 마한, 고구려를 테마로 5고를 확대한다면?

여러 백제문화 관광지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백제문화 체험지가 될 것이다. 명실공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동북아시아 고대역사의 보고가 될 것이다. 중국 서쪽을 경영했고 일본의 원류였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익산 정도로 자리매김해야 지속적으로 세계인을 불러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전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있었던 것을 찾고, 부족한 것은 재해석하며, 없는 것은 있었던 것에 기초해 상상하면 뛰어난 역사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익산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본다.

독자제현들도 주간소통신문의 값진 기획기사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10살이 된 주간소통신문을 중심으로 관광도시 익산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