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시대에 제나라에 큰 기근이 있자 한 부자가 착한 일을 해서 높은 평판을 받으려고 길가에 음식을 차려놓고 지나가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그때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 사내가 지팡이에 의지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부호는 오른손에 먹을 것을 왼손에 마실 것을 들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야 와서 먹어라(嗟內食)” 그는 사내가 감격해서 허겁지겁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내는 기뻐하기는커녕 굶주림도 잊은 듯 허리를 쭉 펴고 머리를 들어 얼굴을 가렸던 옷소매를 내리고 의연한 자세로 부호를 노려보았다. “이렇게 무례한 대접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토록 굶주린 것이다. 거짓 자선일랑 집어치워라.” 이에 부호는 당황해서 사내의 뒤를 쫓아가 자기의 무례함을 깊이 사죄했다. “아무쪼록 이 하찮은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사내는 결코 음식을 받지 않고 걸어가다가 몇 걸음 가지 못해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는 「차래지식」을 거부하고 끝내 아사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그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굶어죽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최소의 대접도 받지 못하고 내밀려 사망에 이르는 일은 허다하다.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하더라도 갑질에 시달리는 많은 약자들은 오늘도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