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은 조선 후기 신분 차별이 심했던 시기에 예술가의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어렵게 산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 北을 둘로 나누어 七七이라며 칠칠치 못한 놈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했으며 호는 毫生館·호생관이라고 했는데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37세에는 조선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가서 그림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의 화가였다. 이후 일본의 장사꾼들이 동래에 와서 그의 그림을 비싼 값에 사갔다고 한다.

당대의 문장가이며 영의정을 지낸 남공철이 최북의 전기를 썼는데 조금만 살펴보자.

「칠칠은 하루에 보통 대여섯 되 술을 마셨다. 시장바닥의 술집 아이들이 술병을 날라다 주면 칠칠은 그 자리에서 들이마시곤 했다. 집 안에 있는 책 나부랭이, 종이돈 쪽지까지도 모두 술값으로 주어버려 살림은 더욱 가난해졌다. 칠칠은 결국 평양과 동래로 떠돌아다니며 그림을 팔게 되었다. 두 도시 사람들이 비단을 가지고 문지방이 닳도록 줄이 이어졌다. 어떤 사람이 산수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산만 그리고 물은 그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괴상히 여겨 따지자 칠칠은 붓을 던지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허참! 종이 바깥은 모두 물이란 말이야.”

칠칠은 그림이 자기 마음에 맞게 잘 그려졌는데도 돈을 적게 받으면 그 자리에서 성을 내며 욕하고는 그림을 찢어버렸다. 어쩌다 그림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는데도 그림값을 너무 많이 가져다주면 껄껄 웃으면서 그 돈을 그 사람에게 집어던져 문밖을 나서게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질하면서 “저런 놈들은 그림 값도 모른단 말이야”하고 비웃었다.」

최북이 애꾸가 된 사연을 중인 후배인 조희룡이 자세하게 기록했다.

『어떤 벼슬아치가 최북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그를 위협하려고 했다. 그러자 최북이 노하여 말했다.

“남이 나를 저버리는 게 아니라, 내 눈이 나를 저버리는구나.” 그러면서 곧바로 눈을 찔러서 애꾸가 되었다. 늙은 뒤에는 돋보기안경을 한쪽만 끼었다. 나이 마흔아홉에 죽으니, 사람들이 칠칠의 참이라고 하였다.」

조희룡이 이렇게 전기를 끝맺었다.

“북풍이 매섭기도 하구나. 王門(왕문)의 광대가 되지 않은 것으로도 만족하건만, 어찌 그다지도 스스로를 괴롭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