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최근 암울한 소식을 연달아 듣게 되었다. 인근지역 농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두 농민이 연달아 스스로 삶을 마감하였다. 그들은 모두 6차 산업을 지향하며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를 수행하는 농가였다. 무엇이 그들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했을까. 마음이 착잡하다.

농민 A씨는 농촌에 희망이 있는 농민이었다. 급변하는 시장에 맞춰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 판매, 체험까지 하는 6차 산업의 성공모델로 승승장구 하며 지역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핑크빛 성공을 하면 할수록 빚은 늘어만 갔다. 그는 사치를 하는 것도,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성실히 사업을 수행했을 뿐이다. 결국 그 빚의 덫에서 탈출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몇 달 뒤 농민 B씨도 같은 이유로 같은 선택을 하였다.

농산물의 무분별한 시장개방과 확대로 인한 농민의 삶이 파탄난지 오래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오롯이 농민들이 현장에서 부담을 떠안으며 해결하고 있다. 정부는 그 해답을 6차 산업(현재는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내놓고 각종 보조금 정책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빚을 내어 돈을 벌라며 내몰고 있다. 각종 기기, 건물들을 지어주며 평생 땅에서 작물을 키운 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워 가공부터 체험, 판매까지 하기를 권장한다. 해마다 자부담 비율은 높아지며 사업수행과 자부담을 위해 농민들은 빚을 내야만 한다. 농업을 하는 이들은 이게 얼마나 무서운 덫인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작금의 농촌 또는 농촌사업의 행태는 기형적이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화되어 더 이상 농촌에서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농촌지역에서의 인구유입에 대해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농촌의 삶을 포기하고 유출되는 것에는 근본적인 대책과 대안이 없다.

이러한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의 대안으로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농민의 공익적 가치는 약 27조원이라고 한다. 농촌의 경관을 보존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익적 군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익적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농민은 어느덧 고령화, 저소득으로 대변되며 취약계층의 반열에 올라버렸다.

1년간 농민이 농사를 짓지 않고 그들의 역할을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의 안보마저도 흔들리게 된다. 유럽은 이러한 농민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여 대부분의 보조금이 직불제의 형태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면 안정적으로 농업에 충실히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EU농업예산의 70%이상이 직불제의 형태로 우리나라는 전체 농업예산의 17%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농민수당은 이러한 보조금의 형태를 간접지원이 아닌 직접적인 농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권을 지키는 직접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보조금 수혜를 받는 곳만 계속 받는 것이 아니라 중농·소농들도 함께 골고루 나누고 기본권을 보장받는 것이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큰 기틀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국가에서의 직불제는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농촌의 지속가능한 유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농촌에서 밭고랑을 메고 소울음 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농촌의 공동화와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농민수당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개혁해야 할 시기이다.

요즘 농민수당 정책 제안으로 유명한 충남연구원의 박경철 박사는 “농민수당은 사업 중심의 농정에서 사람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해 우리사회의 정의, 공정,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혁명적 정책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이 개혁이 농촌의 우리와 다음세대의 100년 대계를 지키는 씨앗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지역도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끝으로 앞의 두 분께 농민의 삶은 우리 농토를 지키는 위대하고 명예로운 일이었음을 전하며 자연의 품에서 평안하시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