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어둡고 불안했던 한해를 훌쩍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해주심에 감사를 하고 이제는 더 좋은 일이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새해 인사를 드린다.

새로운 달력의 첫 장인데 한해를 무엇으로 채울까? 가슴은 텅 빈 채 목표를 세워본다. 나이 들면서 세상사,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나마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하면서 한 해를 반복하며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에는 더 나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올해에는 더 나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올해는 아닌 듯하여 서글퍼진다. 반면 별일 아닌 것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소박하고 욕심 없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을 해보는데, 세상은 누구의 뜻도 아닌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는 이미 버렸다 생각했는데 눈앞에 닥친 현실은 그렇지도 않는 듯 자꾸만 흔들린다.

인간이 태어나 건강하게 봉사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를 다하는 것은 자아실현의 기본이 될 것이니 그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인생목표의 일부로써 아주 적합한 내면적 가치에 해당한다 하겠으나 육체적인 성장이나 생존은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건강과 장수만으로는 인간의 참된 삶의 목표로서는 부족하다 하겠다.

인간 특유의 잠재력이 충분하게 발휘될 때만이 비로소 만족스러운 삶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정신적 잠재력은 각자 개인의 타고난 소질에 따라 다양하며 그 소질을 충분하게 개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소질을 모두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니 여러 가지를 조금씩 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는 있겠으나 모두 잘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소질 가운데 가장 특출한 것 하나, 아니면 가치가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자신을 전문가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그 외의 소질들은 사람됨의 균형을 생각하여 부차적으로 개발하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정보화 사회에서는 전문지식이나 전문적 기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일밖에 모르는 단순 기능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방면에 교양을 갖춘 균형 잡힌 인품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삶의 설계는 중요하고 그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1년 동안의 계획을 세운 경우 오래가지 않아서 그 계획이 중단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할 때 일생에 걸치는 삶의 설계를 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설계는 실천하기 쉽게 세워야 하며 지나친 욕심과 구속하는 설계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는 자신의 능력이나 주위 환경을 고려하여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본 윤곽만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천 계획은 치밀하고 확고해야 할 것이다. 잘되면 좋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목표는 의미가 없으며 뜻이 분명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삶에 원대한 설계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당장 눈앞에 즐거움, 또는 이익으로 마음이 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눈앞의 즐거움이나 이익은 먼 장래의 결과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유혹한다. 거기에 관심을 쏟게 되면 먼 훗날과 연결되는 삶의 설계는 자연히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인생설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원대한 안목을 가지고 먼 장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사는 성실한 태도가 몸에 베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근자에 들어 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나아감(進)을 모르는 사람들과 물러남(退)을 모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대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맞지 않는 감투를 탐하여 온갖 술수와 불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들이 많으니-

그들은 종국에는 스스로는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갈 것이고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자명한 이치에 맞춰 물러나야 함에도 미련과 과욕을 부리며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 또한 자신의 치부가 백일하게 드러남에 손가락질을 한몸에 받아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급기야는 온갖 망신과 함께 등 떠밀려 나가는 불상사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나아감도 어렵지만 물러남의 문제는 더욱 복잡 난해하여 항상 경계를 했던 것이 선현들의 삶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자문해본다. 문득 박수 받으며 홀연히 탈탈 털고 떠나며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줌이 어떨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