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2021년 신축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디 코로나19 전염병이 사라지고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다리던 백신이 나와 접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현재 추세로는 쉽게 전염병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 우리의 마음이 여전히 무겁습니다. 경제가 닫히면서 여러모로 힘든 분들도 주변에 참 많습니다. 이렇게 힘든 가운데 한 해를 시작하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각자의 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주어진 길을 걷기 원합니다.

요즘, 뉴스나 글들을 대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양극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흑백논리가 설득력을 갖고, 흑이든 백이든 한쪽을 취할 것을 강요합니다. 중간지대에 있으면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하니 어느 한쪽에 속하는 것이 도리어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화, 협력,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양쪽이 혈안이 되어서 싸웁니다. 함께 뜻을 합쳐야 할 공동선(共同善)의 이슈를 갖고도 상대방을 깎아내립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와 태도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양극화를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소신껏 주장하는 것을 뒤로 한 채 상대방을 깎아내리는데 온 힘을 기울입니다.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적인 말까지 생겼을까요! 또한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방송에서 무조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거친 표현을 마다치 않는 출연자들을 봅니다. 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시청자들도 이런 식의 방송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 씁쓸할 때도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알려주는 책에서 “급소를 찌르는 말을 삼가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지 말이나 마지막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말은 끝까지 마음에 품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급소를 찌르는 말로 상대방을 무너뜨렸다고 통쾌하게 여길 것도 아닙니다. 부메랑 법칙을 기억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격언도 기억합니다. 자칫 자신도 똑같이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지혜서인 잠언에서는 온순한 혀, 즉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강조합니다. “온순한”이라고 번역한 히브리어는 “치료하다<라파>”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이처럼 온순한 말이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살립니다. 당시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려도 부드럽고 따뜻한 말속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기에 우리를 치료하는 언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말을 강조합니다.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말씀하심으로 폭풍을 잠잠케 하셨습니다. 이처럼 말에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 말한 것을 현실로 만드는 성취, 다양한 사람까지 하나가 되게 하는 조화의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거친 말을 사용하고,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면서 자기주장을 펼칩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 인상 찌푸리는 말도 서슴없이 사용합니다. 말로 내 편과 네 편을 가릅니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양편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이웃과 세상을 살리는 말을 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비록 사람들의 인기를 끌지 못해도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사용하길 소망합니다. 사려 깊은 말을 통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를 기대해 봅니다. 성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읊조리면서 새해에는 좀 더 밝고 맑게 변화되는 우리가 되길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평화의 기도(성 프란치스코)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 어두움에 빛을 /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