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대표

전 경찰서장

김성중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전원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친근한 인물들. 김회장네, 일용엄니의 연기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납니다. 자기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동네 어르신들의 충고와 말씀을 듣고 따르는 정겨운 모습을 봅니다. 불과 30년 전, 생활의 연륜과 나이가 ‘정보의 원천’이었고 이러한 어르신을 말씀에 귀 기울이던 시절. 지금과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오히려 처신이 어렵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어린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원천’에 더 쉽게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을 가르치기보다는 오히려 배워야 할 처지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자제하는 요즘, A씨는 마트에 가지 않고 배송 어플을 통하여 적당량의 식품을 구입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바일 뱅킹으로 1분 만에 받고, 외출해서 구매할 땐 키오스크, 무인 계산기를 활용합니다. 말 한마디 안 하고 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습니다. 모바일 티켓 발권을 이용하여 예약하면 역에 일찍 갈 필요가 없고, 일정 변경도 가능하며 일찍 발권만 하면 좋은 자리를 고릅니다. 반면, B씨는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사람이 많은 마트가 불안해서 한 번에 장을 많이 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받으러 은행에 갔다가 한참 줄을 섭니다. 무인포스 전용 점포에서 자꾸 시간이 초과 되어 결국 종업원이 있는 다른 매장으로 갑니다. 가장 불편한 점은 버스·기차 티켓을 발권할 때입니다. 매표소에 평소보다 조금만 늦게 가면 원하는 차편은 매진되는 일이 많습니다.
‘디지털 격차’란,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정보화 수준에 따라 격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지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의 편리함을 누리는 반면, 디지털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껴야 합니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격차'에서 끝나지 않고,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되어 B씨의 경우, 사회로부터의 ‘소외 현상’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금융사들이 최근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젊은 층의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고령층은 소외와 불편을 호소합니다. 은행들의 점포 축소와 ATM기의 축소는 노인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큰 도시에 비해 지방에 사는 고령층은 불편의 정도가 크다고 합니다. 도농 복합 중소도시인 우리 익산은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첫, 가장 먼저 어르신 스스로 각성이 필요합니다. 교육제도와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어르신 각자가 이제는 소외될 수 없다는 각오로 배워야 합니다. 지금까지 빈부격차는 겪었지만, 디지털만은 그렇지 않은 평등사회가 되도록 너나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고령자들을 위한 IT 교육을 통하여 키오스크 사용, 모바일 예매, 디지털 금융 등 일상생활 속에서 어르신들이 겪는 디지털 어려움을 해결에 나가야 합니다. 단순하게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어르신 복지 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도 사회 경제 활동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화의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셋째, 일반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듯이 고령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기기를 배치해야 합니다. 연령 뿐만 아니라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키오스크를 만들더라도 어르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을 동시에 써주고, 화면과 글자 크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파급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해답입니다. 기술 발전의 편리함을 다 함께 누리기 위해서, 오늘 하루 내 주변 어르신들도 이 편리함을 함께 누리고 있는지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 복지의 첫걸음은 바로 ‘디지털 격차 해소’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