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성무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나라 왕이 조나라에 왕자를 인질로 보내게 됐다. 왕은 방총을 왕자와 함께 보내 보좌하게 했다. 떠나기 전 방총이 왕에게 어떤 사람이 와서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말하면 믿겠냐고 물었다. 왕이 아니라고 하자, 방총은 두 번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은 하면 믿겠냐고 물었다. 왕이 믿지 않겠다고 하자, 세 번째 사람이 와서 똑같은 말을 하면 믿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왕은 그 말을 믿겠다고 답했다.
방총은 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생겨난다고 말했다. 자기가 조나라로 떠나면 여러 사람이 온갖 참언을 할 것이니, 왕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후에 위나라로 돌아온 방총은 다시 왕을 볼 수 없었다. 여기서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진짜처럼 만들어진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생겼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고 아들 호해(胡亥)가 이세황제에 오르자, 천하의 모사꾼인 환관 조고(趙高)가 득세했다. 역심을 품은 조고는 어느 날 신하들을 모아놓고 호해에게 사슴을 받치면서, 사슴을 말이라고 아뢨다. 호해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바친 것이 사슴인지 아니면 말인지 물었다. 신하 중 일부는 사슴이라고 했고, 일부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후 조고는 바른 대답을 한 신하들을 제거했다.
호해가 한 말에서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거짓말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강압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상황을 이른다.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漢)나라 경제(景帝) 시절 뛰어난 선비였던 원고(轅固)는 나이 구십에 무제(武帝) 때 다시 벼슬길에 오르게 됐다. 그러자 공손홍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원고를 무시했다. 그러자 원고는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면서 공손홍에게 한 마디 충고를 했다. 바른 학문에 힘써 직언을 올리고,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첨하지 말라고!
이에 나중에 승상까지 오른 공손홍은 원고의 가르침에 감복하여 원고를 평생 스승으로 여겼다고 한다. 사마천은 이로부터 많은 학자들이 원고의 가르침을 따랐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이 유래됐다.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초나라 선왕(宣王) 때 사방의 제후들이 재상 소해휼(昭奚恤)의 위세를 두려워했다. 선왕이 중신들에게 뭇 나라 사람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가 묻자, 위나라 사람 강을이 말했다. 기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소해휼이 아니라 왕이 소해휼에게 맡긴 초나라 군대라고! 그러면서 범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처한 여우 이야기를 했다. 여우가 범에게 말하길, 내가 산중의 왕이니 나와 함께 다녀보면 모든 짐승들이 도망가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이 여우와 함께 다녀보니 과연 그랬는데, 사실은 여우가 아니라 범을 보고 도망친 것이었다. 여기서 호가호위(狐假虎威)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명나라 환관 유약영(劉若愚)가 썼다는 작중지(酌中志)에 이런 대목이 있다고 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극도로 싫어하니, 그 가르침을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여 속이는 것으로 하여 가장 먼저 배척해야 한다.” 여기서 혹세무민(惑世誣民)이란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이런 자들이 나라에 들끓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알량한 학식과 황당한 이념논리를  내세운 자들이 힘을 모아 헛된 말과 글을 반복하여 백성들을 속인다. 해괴한 논리와 교묘하게 편집된 증거를 내세워 편을 가르면서 자기들과 뱃속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매장시킨다. 권력과 돈에 빌붙어 아첨하면서 그들의 위세를 빌어 함께 법을 무시하고 약자 위에서 군림한다.
그러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 천하에 없는 제국이라도 버텨내지 못한다. 굳이 외부의 충격이 아니더라도 내부의 모순으로 붕괴된다. 국권을 뺏기지 않아도 극도의 혼란 속에 백생은 도탄에 빠진다. 이런 와중에 혼란을 부추긴 자들은 정작 어떻게 할까? 또 다른 권력과 돈에 빌붙어 그 질기고 더러운 삶을 이어나가려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틈만 나면 또 다시 이런 혼란을 일으킨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요즘 악질 언론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이렇게 나라를 망치는 자들과 꼭 같다. 북핵 위기, 한일 역사 및 무역 분쟁, 코로나 사태, 부동산 대책, 재난지원금 지급, 검찰 및 사법 개혁, 삼성 재판, 이명박-박근혜 사면 문제까지.... 언론이 앞장 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 균형 잡힌 사실보도는 바라지 않은지 오래다. 이들에게 걸리면 부처도, 공자도, 예수도 거짓말쟁이에 폭력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왜곡이 극에 달한다.
끝도 없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다. 그렇다고 명확한 방향성이나 논리적 대안의 제시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 정부의 행보나 개혁적인 사회 움직임에 반하는 주장만 일삼는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게 어떻게 헌법상 권리로 보호받는 언론의 행태란 말인가? 사회의 혼란을 팔아먹고 사는 장사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악질 언론 축출! 정치권이 못한다면 시민이 나서야 한다. 국익보다 사익에 목메는 악질 언론을 철저히 외면하여 고사시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의 감시견이지, 기득권의 주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