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에 봄기운이 옷자락 사이로 들어와 있다. 이 살벌한 겨울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시대가 성큼 곁에 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역경과 시련의 1년을 보내고 희망의 다리를 건너려는 지금,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 보고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려는 중요한 이 지점에, 익산 예총의 무거운 짐을 다시 짊어지게 되었으니.
 봄이 오는 길목에 크게 길하고 힘이 넘치며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같이 해 온 익산 예술인의 모든 가정에 봄 햇살 같은 웃음이 가득. 온 가족이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동일할 것이다. 특히나 말하고, 행동하고, 연주 공연 전시 등, 예술 창작 활동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난 1년은 지옥과도 같았다.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동하고 소리를 내면서 말을 배우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언어는 인간 간이 갖는 유일한 특권”이라고 「샤르트르」는 말했다.
따라서 인간은 주어진 특권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그러나 주어진 언어의 적절하고 짜임새 있는 표현은 그저 쉬운 일이 아닌 듯하고, 그 남용의 후유증이 심각하기도 하다.사람들은 오랫동안 언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되었고 어떤 말이, 어떤 내용의 글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해가 되는지 구분할 수 있는 가치판단 능력이 모호해지고 어려워졌다.
 인간의 활동 범위가 넓고 무궁함에 비하여 언어의 활동 범위는 그리 넓지는 않을 것 같다. 언어라는 자체가 자신의 의사 표현력을 기르고 대중을 설득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는 만큼, 이보다 앞서 자신의 내면적 인격, 지적 교양의 근본적 밑받침 없이는 불가능한다. 또한 언어에서 활동의 연결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언어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며 책임질 수 없는 말이나 글은 상대에, 이 사회에 대한 기만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시대적 착오나 일상의 관습으로 착각하여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상대를 중상모략하고 비방하며 상식 이하의 언어를 남발하여 상대를 혼동 속으로 몰아넣는 일들은 언어의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결과라 할 수 있다.
 “마타도어, 흑색선전”이란 말이 있다. 그 말은 원래 군사용어로써 그럴듯한 풍문을 만들어 상대의 국민과 정부, 군대를 이간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려 전의를 상실케하는 일종의 심리전의 한 방법으로 사용해 왔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비열한 방법인 것이다. 자기의 의지와 신념으로 자기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현대인의 필수 조건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은 고루하기 짝이 없지만 한마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제격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 말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참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많은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말을 통하여 한 사람의 인성과 성품이 나타나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많은 말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또한 타인에게 선하고, 아니면 악한 영향력을 얼마나 많이 끼치며 살아갈까?필자는 오랫동안 강단에서 수없이 많은 말들을 해왔다. 더구나 근자에는 900여 명이 소속된 예술 단체를 이끌어 가면서 어쭙잖은 말과 행동을 계속해 왔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사나 축사의 말이 길어져 짜증스러워했더니, 필자 자신도 그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아내의 지적으로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즉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형편을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그것이 존중이며 배려이다. 왜냐하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 자체가 때로는 분명 문제 해결이 되고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자에는 말이 많이 필요치 않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모든 말들이 스마트폰으로 통하는 인간과 도구가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도전적 의미의 「인간 매체의 시대」가 이미 오래되어 버렸다. 즉 스마트폰은 인간의 몸에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육체가 되어있다.흥미로운 것은 웹 환경에서의 글쓰기가 장문 위주였다면 스마트 환경에서는 단문 중심의 짧은 글쓰기가 우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혁명이 가속화될수록 문자에 대한 이해력과 해독력이 약회 되고 사용자들의 환경도 긴 호흡의 문장보다 짧고 간결한 글쓰기가 최적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식력의 약화는 결국 새로운 글쓰기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창작방법들의 모색을 통하여 극복될 것이다.
 단문 문화는 우리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필자와 같이 쉰 세대에게는 정신이 없다. 말 없는 젊은이들의 문자판 두드리는 속도는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이제 말이 사라지고 단문의 문자만 오고 가지 않을까 생각하니 “침묵은 금이다”,“말이 많으면 실수하니 되도록 삼가라."라는 등의 말들은 이제 사라지고, 강단에서 말로 살아왔던 필자의 나날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